날 기분 좋게 하는 향기들
교보문고 향이 좋은 이유는 앞서도 짚었듯이, 책 냄새를 닮았다. 어렸을 때부터 책 냄새를 좋아했다. 어떤 사람은 오래된 책 냄새를 좋아한다던데, 나는 굳이 따지자면 ‘새 책’ 냄새를 좋아한다. 촤라락 책을 훑을 때 넘어가는 페이지들이 풍기는 냄새.
뭐라고 표현해야 될까 궁금해서 책상 위 책들을 집어 또 촤라락 넘기며 냄새를 킁킁 맡아본다. 문득 양장노트, 그러니까 인쇄되지 않은 백지의 수첩들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책 냄새가 나나 싶어 궁금해졌다. 잔뜩 대기 중인 새 다이어리들을 집어 촤라락 넘기며 냄새를 맡아 본다.
양장노트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그 ‘새 책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오, 신기하군. 활자 인쇄에 사용되는 잉크가 내 후각세포의 호감을 사는 것일까? ‘G 선생’(구글)과 ‘챗 선생(챗 GPT)’을 소환했다.
역시! 내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 맞았다. 종이 제조, 인쇄에 사용되는 잉크, 제본에 사용되는 접착제와 같은 화학물질들이 공기 중으로 휘발되면서 발생하는 냄새란다. 내가 좋아하는 새 책 냄새는 사실 다양한 화학물질의 합작품이었구나. 이렇게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유기 화합물을 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 휘발성유기화합물)이라고 하는데, 벤젠, 포름알데히드처럼 발암 물질로 분류되는 VOCs들도 있단다. 모든 VOCs가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농도에 따라 해로울 수 있으며, 새 책 냄새를 유발하는 VOCs는 대개 농도가 낮아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건강에 큰 위험을 주지 않는다며 챗선생은 나를 안심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새 책 냄새의 원인에 대하여 딱히 이렇게 자세히까지는 알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허허. 예전처럼 마냥 좋다고 코를 박고 계속해서 킁킁대기에는 다소 찜찜한 감이 없지 않아 있으나 새 책 냄새는 변함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