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녀온 헬로키티 50주년 특별전의 진정한 하이라이트 코스인 굿즈 계산대 뒤에 붙어있던 문구다. A3 정도 되는 큼지막한 사이즈, 시그니처 컬러인 쨍한 빨강 바탕을 가득 채우는 키티의 얼굴, 두께감있는 재질… 이거보다 작은 크기로 인쇄된 포스터가 만 원을 훌쩍넘는데 단돈 400원이라니, 안 살 이유가 없다. 기분 좋은 쇼핑의 완성은 아무렴 물건을 예쁘게 담아줄 쇼핑백까지 구매해야 하는 것이지! 이미 6만원을 넘긴 구매목록에 쇼핑백이 추가됐다.
나는 거의 늘 쇼핑백을 구매하는 편이다. 마치 가성비 끝내주는 선물포장까지 받는 느낌이랄까. 톡톡한 두께와 고급스런 재질(가끔은 가죽느낌이 나는 종이도 있음), 섬세한 로고 디자인을 가진 쇼핑백들은 나의 소장 욕구를 마구 자극한다.
(심미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상업적인 문구만 가득 박힌 종이백들은 폐지를 모아버리는 용도로 직행하지만)이런 쇼핑백들을 단지 물건을 담아 옮기는 소임을 다했다는 이유로 버리기에는 괜히 죄스러운 마음마저 들 정도다.
이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쇼핑백 아까움’으로 검색해보니 저마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시물들이 적지 않다. 생활용품 보관용기로 활용하기, 수제노트 만들기, 선물 포장지로 재활용하기,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기 등 다양한 ‘꿀팁’들이 쏟아진다. 역시 전략과 노하우의 민족답다.
그렇지만 재활용하기도 아까워 그냥 쌓아만 두는 나는 이사 갈 때에나 이제 진짜 쇼핑백 안 모을 거라면서 큰소리 치며 정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