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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준생 김머글 Nov 20. 2024

지하철에서 만나는 한강

설레는 순간들

맨날 보는 하늘이 왜 이리 반가운지

촌동네에서 자란 내가 대형서점 다음으로 서울을 사랑하는 이유는 한강이다. 한강이야말로 서울의 얼굴 아닐까. 서울 관광을 홍보하는 영상이나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예능, 드라마에서는 마땅히 한강을 내세운다. 대도시를 관통하는 강 치고는 압도적인 강폭, 이를 가로지르는 대교, 그 위로 분주히 움직이는 차들, 강변을 둘러싼 공원과 사람들과 아파트…. 서울을 이미지 딱 1장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누구든 바로 이 한강의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까? 한강을 빼고 서울을 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마 한강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한강을 싫어하기는어려울 것이다. 봄과 가을에는 피크닉,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 겨울에는 꽁꽁 고양이..?(웃음)는 농담이고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을 뜨끈한 한강라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한강을 달리는 러닝크루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 풋풋한 연인들부터 아장아장 바쁘게 걷는 아이를 보며 웃는 부모, 손을 꼭 붙잡고 가는 노부부까지 한강을 즐기는 모습은 저마다 행복하다.


내가 한강을 즐겁게 누리는 장소 중 하나는 바로 지하철이다. 이사오기 전 7호선을 애용할 당시에는 청담역과 뚝섬유원지역 사이에서 목격되는 한강을 참 좋아했다. 몇 십초에서 길어야 2분 내지 되는 그 순간이 정말이지 아깝고 애틋하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한강이 내다보일 때면 반드시 고개를 들고 바라본다. 


하늘은 쪽빛처럼 파란데 듬성듬성 알맞게 구름이 피어 있을 때, 강 위로 흐르는 윤슬이 눈이 부실 정도로 풍성할 때, 주황에서 연보랏빛으로 색이 번지는 노을 하늘과 한강을 함께 볼 때면 황홀하기까지 하다.

특히 좌석 맞은편에 사람이 없거나, 바로 창문 앞에 서 있어 가리는 것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그 순간을 담을 수 있을 때면 마치 공돈이라도 얻은 양 마음이 흡족하다. 짧고 굵게 한강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다면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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