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시절 스터디 모임에서 시사상식 퀴즈를 풀면서 ‘키덜트’라는 용어를 따로 외웠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되어서도 피규어 같은 만화 캐릭터 상품을 모으는 등 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이 말 자체가 촌스럽다고 여겨질만큼 캐릭터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나이에 상관없이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소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솔직하고 당당하게 나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감받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아무튼 그 대열에 나도 열심히 합류 중이다. 내 방의 책장 한 칸을 스누피와 헬로키티 굿즈들로 채웠다. 사무실 내 자리에도 스누피 달력부터 데스크매트, 피규어, 무드등, 떡메모지와 볼펜, 스티커들을 구비했다. 책이 아닌 스누피 굿즈들을 쇼핑하기 위해 알라딘 중고서점 매장에 방문하는 것이 소소한 취미가 되었고, 몇 달 전에는 헬로키티 50주년 전시회를 다녀오며 각종 굿즈들을 담아왔다.
애니메이션과 아이돌 덕질을 하는 동생을 보면서 보기만 할거면 뭐하러 사느냐는 식의 핀잔을 주던 내가 이제서야 덕후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걸. 각종 콜라보 굿즈 판매 개시, 팝업스토어가 열리면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솟는다. 웃돈을 주고 한정 상품을 산다거나 오픈런을 할 정도의 뜨거운 열정은 아니지만 미지근하더라도 꽤나 오랫동안 좋아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