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순간들
대학교 입학 후 새내기 때부터 착실하게 준비해 2~3학년 때쯤 교환학생을 다녀오는 동기들과 달리, 나는 한창 취업 준비로 바빠야 할 4학년 2학기 때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마지막 학기는 본교에서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추가 학기를 더 다녀야 했는데,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는 만류하는 의견이 많았다. ‘여자는 취업할 때 나이가 경쟁력인데 졸업 늦어져도 괜찮겠어?’, ‘교환학생 경험, 요새는 스펙도 안된다더라’, ‘한 학기 가지고는 영어도 확 늘기는 힘들어’ 등등 지금 떠올려보니 오지랖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말들이지만 그 때는 그게 그렇게 날 힘들게 했다.
어쨌든 난 곧 대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될 거고, 대학생이 아니면 절대 해보지 못할 일들 중 하나가 교환학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지라퍼들의 의견을 제치고 결국 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 누군가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뻔한 일, 그때의 나여서 할 수 있었던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일이라고 답하고 싶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서의 2015년 가을학기. 고작 한 학기지만 첫 해외 경험이기도 했기에 소중하고 강렬한 인생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2015년 샌프란시스코의 10월 기후를 검색해보니 일 평균 기온이 15℃~25 ℃ 범주에 있다. 햇볕에 오래 있으면 살짝 땀이 날 정도지만 그늘에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 좋은 서늘함이 있는 날씨.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그 때의 온도, 습도, 바람, 하늘을 닮은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후텁지근했던 여름이 서서히 지고 건조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그때가 떠올라 마음이 들떠 두근거린다.
초가을의 내음이 느껴질 때면 그 때 들었던 노래를 찾아 듣는다. 그럼 좀 더 선명하게 회상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아깝고 섭섭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중순인 지금도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고 있다. 소중히 여길 수 있을 때 더욱 소중히 누리고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