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나 4 - 요리하기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육아휴직 후 한 달 동안

와이프와 아이들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 라이딩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됨을 느꼈을 때,

비로소 나와 우리 가족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얼마나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첫째, 요리 하기



몇 년 전부터

남자들이 요리하는 모습이 TV에 자주 나온다.

하지만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한 달을 쉬고 난 뒤,


갑자기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서

가족과 함께 먹은 모닝글로리가 생각이 났다.

큰 아이가 너무 맛있었다며

모닝글로리를 먹고 싶어서

베트남을 또 가고 싶단 이야기를 자주 했었는데,

문득 내가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조리법을 확인하고,

가까운 이마트에 들려 공심채를 사 왔다.


굴소스 두 스푼,

피시소스 한 스푼,

간장 한 스푼,

설탕 한 스푼,

공심채와 마늘.

청량고추는 큰 애를 위해 제외.


모닝글로리는 세 조각으로 썰어서

굵은 줄기부터 넣고, 중간 줄기, 얇은 줄기로

익어 가는 모습을 보며 넣으면 됨.


처음 해 보는 요리.


그 맛은?

큰 아이가 너무 맛있다며 좋아한다.

내가 먹어봐도 꽤 괜찮은 맛이다.

와이프도 주방에서 뚝딱뚝딱 무엇인가를 만드는

나를 신기하게 보다가

잘 만들었다며 칭찬을 해 준다.

작은 아이는 야채를 안 먹는 관계로

시도도 안 했지만,

그럼에도 첫 요리 치고는 상당한 인기이다.


오호.

뜻밖의 재주를 찾은 듯?

모닝 글로리 요리 하나에 어깨가 우쭐해진다.




그날 이후로 폭풍의 요리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오이지무침, 도라지무침, 아삭고추무침, 각종 반찬에

뭇국, 시금칫국, 미역국, 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

등 각종 국과 찌개, 부침개, 볶음밥,

심지어는 갈비찜까지.


왜 이렇게 요리하는 게 즐겁지?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중

2번 정도는 내가 하겠다고 나선 듯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아빠가 하는 음식을 잘 먹어 주었다.

하다못해 음식을 다 먹고 난 뒤

설거지하는 것까지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일 년.

어느 순간 요리와 설거지는 내 전담이 되었다.

물론 복귀 한 달 전부터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인지,

아니면 요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인지

설거지만 하고 요리는 다시 와이프에게 넘어갔다.


많은 요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요리도 아니지만

와이프가 약속이 있어 외출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큰 냄비에 밥과 김을 뿌셔 넣고

각자 손에 위생장갑을 끼고

마구마구 주무르며 먹었을 때이다.


밥과 김조각이 냄비를 타고 넘어와

사방팔방 튀었지만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가 요리를 만듦으로 인해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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