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보통 큰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데
우리 집은 그렇지는 않다.
체형부터 성격까지 첫째는
와이프와 판박이이다.
반면 둘째 딸은
나와 판박이이다.
얼굴도 와이프보단 날 닮았고,
체형 역시 나랑 닮았다.
물론 아빠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둘째는 아니라고 소리 지른다.
무엇보다
가장 닮은 부분은
바로…
방귀이다.
결혼 후 오랜 기간 동안
와이프의 방귀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첫째의 방귀 소리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집 안에 방귀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나 역시 상당 기간 동안
집에서 방귀를 트지 않았다.
둘째가 네댓 살쯤 되었을 때인가?
갑자기 집 안에 놀랄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집에선 절대 들을 수 없었던
우뢰와 같은 소리에
모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들어 상황을 파악하는 순간,
“아~ 시원하다~.”하며
둘째가 씨익.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둘째가 시작한 방귀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옮겨갔다.
어느 정도
우리 집에 방귀 소리가
조금씩 익숙하게 들려온다.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들과 가까워진 이후
나와 둘째는 언제부터인가
매일 방귀 배틀을 벌인다.
서로 혼자만 끼면 창피할까 봐
같이 뀌어주는 거라 이야기를 하며
내 방귀는 냄새가 안 난다고
유치한 말싸움을 한다.
여자애가 그렇게 방귀를 뀌면 어떡하냐
핀잔을 주면,
늙은이가 그렇게 방귀를 뀌시면 어떡하냐고
응수를 한다.
더러운 짓거리로
행복한 것도 신기하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프와 첫째의 방귀는 아직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둘째의 말을 빌어 이야기하면 엄마와 언니는 둘 다 똥구멍이 없는 사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