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나의 육아휴직은
항상 자전거와 함께였다.
육아휴직 첫날에도 자전거를 탔고,
마지막 날도 자전거를 탔다.
휴직 기간에 자전거를 안 탄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집이 한강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그날 기분에 따라
강북의 동쪽, 서쪽, 강남의 동쪽, 서쪽을 선택하여
한강 도로를 따라 라이딩하는 재미가 있다.
한강의 북동 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상법당이란 곳이 나오는데
‘방생’이라고 크게 쓰여 있다.
여기에 우리 애완 거북이를
방생할까를 고민한 적도 있다.
한강의 북서쪽으로 가다 보면
해군 호위함이 있는데,
이런 게 한강에 있었나 싶기도 하고,
홍제천로를 따라가다 보면
멋진 인공 폭포를 볼 수 있어 좋다.
한강의 남서쪽으로 가다 보면
가까운 곳에 여의도가 나오는데
정말 잘 꾸며져 있어 탐방하는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여의도가 직장인 친한 친구가 있어
만날 때마다 자주 자전거를 타고 갔다.
한강의 남동쪽으로는 아이유 고개
(삼단으로 된 엄청 가파른 고개이다.)를
내려올 때의 희열을 느낀 이후,
한 때 나의 제1 코스가 되기도 했다.
한강 어딘가는
큰 거북이들이 모여 사는 지점도 있고,
내 팔뚝보다 큰 잉어가 무리 지어 사는 지점도 있고,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라이딩 초반,
건강한 몸을 만든다며 비타민D 흡수를 위해,
윗 옷을 벗고 자전거를 탄 적도 있는데,
처음엔 창피하긴 했지만
나중에는 상당히 익숙해졌다.
그러다가 2-3주 지나
나 말고 다른 한 분이 윗옷을 벗고 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칠순 정도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이셨는데
꽤 자주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늘어진 근육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그다지 보기 좋지가 않았다.
그리고는 내 모습을 본다.
젊은이들의 튼튼한 근육이 아닌,
불룩 튀어나온 배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이 모습도
남들의 눈에는 저 할아버지처럼 보였으리라.
그때 이후론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고 라이딩을 한다.
어느 날인가는 경제 방송에 푹 빠져 들어
나도 모르는 사이 양수역까지 간 적이 있는데,
돌아오는 길에 엉덩이가 찢어지는 고통에
눈물을 참고 간신히 돌아온 적도 있다.
(편도 3시간/ 왕복 6시간 정도 된다.)
자전거를 탈 때
바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때 알게 되었는데,
뒤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힘이 들지 않아,
나도 모르게 생각한 것보다 더 멀리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맞바람이 불기 때문에
갈 때보다 3-4배의 힘이 든다.
한 때는
반포대교 남단의 선상카페에 빠져
거기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된 적이 있다.
자전거를 1-2시간 타고
오전 9시,
카페 오픈 시간에 들어가
경제 관련 책도 읽고,
나름 주식이나 부동산 플랜도 짜 보고,
흥미 있는 책도 읽어보고,
무념무상으로 한강을 바라보다,
순간순간 생각나는 감정들을 노트에도 적어 본다.
(SNS에 쓰는 글들이 그때 작성했던 것을 옮겨
적는 것이 대다수이다.)
차를 타고 나닐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갔을 한강의 면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
어느 순간 한강이
나에게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하나씩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