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가족 10 - 학원 라이딩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육아 휴직 초반,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준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학교나 학원에서 돌아올 때도

마중 나간 적도 없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빠가 집에서 쉬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이들이 다른 집의 아빠들과 비교하며

부끄러움을 느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와이프가 한두 번 애들을 데리고

학교나 학원을 다녀오라고 할 때도,

이런 상황이 걱정이 된다며

안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몇 개월 정도 지났을까?

와이프가 또다시 큰 딸아이의 학원차가

못 오게 되었다며,

데려다주라고 이야기를 한다.


내가 다시 상황을 설명하며 싫다고 하자

큰 애한테 한 번 말해 보라고 한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지?’


고민 끝에 딸아이에게 이야기한다.


“큰 딸, 아빠가 오늘 학원을

데려다줘야 할 것 같은데, 혹시 괜찮아?”


“응? 그럼~”


“아니, 혹시 누가 너희 아빠는 왜 낮에 회사 안 가고,

너 데려다주냐고 물어보면

아빠가 잠깐 쉬는 중인데 곧 다시 회사 간다고 해.”


“응? 무슨 말이야?”


“아니, 아빠가 너희들을 위해 육아휴직을 했지만,

회사 다니는 아빠들이 더 많으니깐,

혹시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을까 봐

하는 말이야.”


“아~ 근데, A네 아빠도 육아휴직인가?

그거 한다고 매일 학원 끝나면 마중 나와.

그리고 B네 아빠도 육아휴직이라서 마중 나오고.”


“엉? 진짜?”


“응, 그런 애들 많은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 집 아빠들과 나는 열 살 정도 차이는 난다.

그럼에도 요새 아빠 육아 휴직이 많아졌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큰 딸아이가 아빠가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에,

괜히 고맙고 용기가 난다.


와이프에게도 이 이야기를 해 준다.

다행이라며 좋아한다.




그 이후,


아이들 라이딩은 내 차지다.


아… 힘들어 죽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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