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육아 휴직 중,
어느 날인가
와이프가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나를 붙잡는다.
“오빠, 그렇게 입지 말고,
옷 좀 제대로 입고 나가.”
“응? 아니, 나 바로 요 앞에서 담배 한 대 피우려고”
“아는데, 그래도 동네 아줌마들이
오빠 봤다고 이야기들을 하니깐
나갈 때 좀 갖춰 입으라고.”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 말 뜻을 이해했다.
나야 회사를 다니다가 잠깐 쉰다고 생각하며
동네를 어슬렁 거렸으나,
동네의 아줌마들은 본인들의 생활터전에서
낮에 돌아다니는 남자가 눈에 띄나 보다.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는 동료가
자기의 와이프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날 봤는데
내 얼굴 표정이 너무 안 좋았다며,
카톡을 보내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응? 아니, 전혀 없는데?
내 표정이 왜 안 좋았지?
낮에 자전거 너무 많이 타서 힘들어서 그랬나?”
학원차를 타고 내리는 둘째를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와이프가 A의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며,
“A 엄마가 오빠 옆에 서 있다가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표정이 안 좋고,
핸드폰만 보고 있어서 인사를 안 했다고 하네.”
응? 표정이 안 좋다고?
애 기다리면서, 핸드폰으로
열심히 오락만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외에도
동네를 마실 나가다 보면
날 알아본 아주머니들이 어찌나 와이프에게
연락을 하는지,,,
내 일거수일투족이 다 보고되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워낙 사람들 얼굴 못 알아보기로도
주변인들 사이에서 유명하지만,
그걸 떠나서
보통의 아빠들이
길가다 어찌어찌 알게 된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도
대부분은 기억을 못 하지 않나?
(단독주택도 아니고 아파트에 살면..)
아무 생각 없이
동네를 활보하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집 밖을 나가기가 두려워진다.
와이프만 무서운 줄 알았는데,
동네 아줌마들도 무섭다.
P.S. 이후로는 집 근처에 있는 카페는 들르지 않는다. 동네 한강 공원에서 쉴 때도 날 봤다는 사람이 있어, 아예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건너가서 휴식을 취하곤 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