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 가족 24 - 비(雨)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결혼 후, 언젠가부터

회사의 동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비가 아주 많이 오는 날에는

“B밀님, 휴가 중이시다~”

라는 말이다.


신기하게 여행만 갔다 하면,

비가 왔다.


비가 좀 오는 정도가 아니라,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는 관측 사상 최고였고,

베트남에 갔을 때는 도착과 동시에 태풍이 왔고,


그 어느 장소이건,

일기예보가 좋다고 해서 예약을 하면,

예약과 동시에

일기예보는 점점 안 좋게 변하다가

출발과 동시에 비를 양동이로 퍼붓는다.

(거의 90%의 확률이다.)




하지만,,


항상 내가 여행 갈 때

비가 왔던 것은 아니다.


2-30대 시절,

그때의 나는 어디를 가건 날씨가 좋았다.


당시 친구들에게 나는

해를 몰고 다니는 사나이였다.




와이프와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 둘이 2박 3일로 여행을 갔다.


와이프 왈,

본인은 여행을 갈 때마다

비가 와서 걱정이란다.


난 나는 여행 갈 때마다 해가 쨍쨍 뜨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여행지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1박,

강원도 주문진 펜션에서 1박이다.


도착한 안동 하회마을은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햇빛이 쨍쨍이다.

둘 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다가

내가 말한다.


“거 봐. 나랑 여행 다니면 해를 몰고 온다니깐~”


다음날 차를 타고

안동에서 주문진으로 향한다.


가는 중간,

날씨가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는 날씨 좋다고 했었는데?’


의아해하며 도착한 주문진의 펜션.



저녁에 바비큐를 해 먹기로 했으나,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펜션 밖을 나오지 못할 지경이다.


“아.. 나 때문인가 봐”


당시의 애인인 현 와이프(설명이.. 참..)가 말한다.


“하하. 한 번씩 주고받나 보네~

그럴 수도 있지, 뭘~”


난 대수롭지 않은 듯 쿨하게 말한다.


뭐..

연애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밖에 나가 놀아서 뭐하겠는가?

방 안에서만 놀아도 재밌지~.




그런데..

그날 이후,

여행을 갈 때마다,

미친 듯이 비가 온다.



아직까지도…



아마 그날,

나는 몰랐지만,

하늘이 나에게 경고해 준 것 같다.


너, 와이프 기운에 눌려 살거니 조심하라고.



아.. 쫌!!!

더 확실하게 경고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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