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창원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 동생이 있다.
‘전 직장’ 동료였는데, 뜻한 바가 있어
오래전 회사를 관두고
교수의 길을 가게 되었다.
육아휴직 기간,
이 친구를 만나러 창원에 내려갔었는데,
저녁 술자리에
친구가 이야기한다.
“형. 행복하게 잘 살고는 있고?
형수는 잘해줘?”
“고럼~ 아주 잘 살고 있지.
와이프도 잘해 주지”
“그렇겠지.
형수가 형 콕 찍어서 소개해 달라고 했으니,
엄청 잘하겠지.”
응?
이건 무슨 소리인가?
(와이프와 날 소개해 준 친구가 이 녀석이다.)
“뭔 말이야? 그냥 네가 나랑 잘 맞을 거 같다고
소개해 준 거 아녔어?
와이프가 날 찍어서 소개해 달라고 했다고?”
“응? 아.. 내가 이야기 안 했나?
사실은 형수가 형 소개해 달라고 해서,
내가 주선해 준거야.”
와이프와 나는 ‘전 직장’ 동료였지만,
난 본사에 있고, 와이프는 지점에 있어서
서로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이였다.
(나는 본 적이 없다.)
서로가 전 직장을 나와
다른 직장, 다른 일을 할 때 소개를 받았었다.
“아~ 진짜야?
와이프는 날 예전부터 알았던 거네?
이건 뭐 식스센스급 반전인데?
왜 이야기 안 했어?”
“응? 내가 이야기 안 했었어?
한 줄 알았는데?”
하기사 남의 일이니, 관심도 없는 거겠지.
와이프가 날 콕 찍어 소개해 달라고 했다니..
어쩐지 우쭐해진다.
집에 돌아가서 와이프에게 이야기해야지.. 하다가
술 먹은 다음날,
친구가 말한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난 기억력이 안 좋은 편이다.)
육아휴직 기간,
컨설팅 회사를 다니는 친구 A를 만났다.
나와 ‘전 직장’ 동료이자,
현 직장에도 같이 있다가
모종의 이유로 퇴사하고 회사를 옮긴 친구다.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와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 맞다! 생각해보니,
내가 ‘전 직장’ 다닐 때, 지점에 간 적이 있는데,
너 와이프가 널 소개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
“뭐?”
아니, 결혼 한 지 십 수년이 지나도록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을,
짧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두 명에게서 들으니,
이건 아무리 기억력이 나빠도 잊어버릴 수가 없다.
와이프가 나와 만나려고
여기저기 이야기를 했었다니..
이 녀석들은
어떻게 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있지?
남의 일이니, 중요하지 않다 생각해
기억에서 잊고 살았을 수도 있고,
당시의 나는 이야기의 99%가
일 아니면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으니
말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고,
지금이야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할 수 있게 발전을 했으니,
본인들도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갑자기 생각이 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빼박 증거를 잡은 후,
그날 밤,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듣는 와이프는 순간 당황한 듯하다.
자기는 기억에 없다고 한다.
뭐..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난 우쭐해하며 말한다.
“그렇게 날 만나고 싶었어요~~~ 우쭈쭈”
“아.. 뭐래? 아니.. 그게 아니고..
모냐면.. 그건 말이지..”
와이프가 계속 당황한 듯 횡설수설이다.
상당히 귀엽다.
오랜만에 와이프가 무섭지 않다.
P.S. 그런데,
그렇게 날 만나길 원한 것 치고는,
십 수년간 나를 대하는 걸 보면..
친구들이 잘 못 들었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