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대학을 한 번에 들어가지 못해
재수를 했다.
성인인 것도 아니요, 성인이 아닌 것도 아닌
반인반수.
막 스무 살이 되었지만
술집마다 생일이 지난 사람은 들어가고,
생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못 들어가던 그때,
대학생도 아니니
뭔가 부끄러움을 안고 술집을 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은
항상 나를 앞세웠다.
내가 맨 앞에 들어가야
주민등록증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난 스무 살부터 노안이 되었다.
누구나 젊음을 만끽할 대학 생활.
난 어디서나 노안 소리를 들으며 다녔던 것 같다.
좋게 말해 어른스럽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지만,
젠장!
누가 모르겠는가?
내 인생의 황금기는 30살 정도에 찾아왔다.
20살에서 30살로
사람들에게 10년 정도의 노화가 찾아온 시기,
난 여전히 20대 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봤자 이제 제 나이를 찾은 거다.)
대학 내내 노안이란 소리를 듣던 내가
20살 후반부터는 점점 그 소리가 뜸해지더니
30살이 넘어간 어느 시점부터는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긴가민가 의심을 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인정을 하게 되어 버렸다.
그렇게 30대를 동안으로 지내고,
30대가 끝날 무렵 결혼을 한 뒤,
어느 순간 회사에서
위치가 올라가고,
야근이 많아지고,
술자리도 늘어나고,
책임감도 점점 커지고,
이 모든 게 무한 반복되다 보니
다시 늚음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20대의 아픔을
30대의 기쁨으로 보상해 준 신께서
40대에는 되게도 빨리 기쁨을 가져가신다.
이제 50을 앞두고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사진 속의 나는 누가 봐도 딱 그 나이이다.
젠장할!
P.S. 육아휴직을 하며
가정적인 남편이 되었고,
다정다감한 아빠도 되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가끔은..
남자이고 싶다는 생각도 불쑥 올라온다.
철이 없어진 게..
너무 오래 쉬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