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 나 21 - 노화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대학을 한 번에 들어가지 못해

재수를 했다.


성인인 것도 아니요, 성인이 아닌 것도 아닌

반인반수.


막 스무 살이 되었지만

술집마다 생일이 지난 사람은 들어가고,

생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못 들어가던 그때,


대학생도 아니니

뭔가 부끄러움을 안고 술집을 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은

항상 나를 앞세웠다.


내가 맨 앞에 들어가야

주민등록증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난 스무 살부터 노안이 되었다.




누구나 젊음을 만끽할 대학 생활.

난 어디서나 노안 소리를 들으며 다녔던 것 같다.

좋게 말해 어른스럽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지만,



젠장!

누가 모르겠는가?




내 인생의 황금기는 30살 정도에 찾아왔다.

20살에서 30살로

사람들에게 10년 정도의 노화가 찾아온 시기,

난 여전히 20대 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봤자 이제 제 나이를 찾은 거다.)


대학 내내 노안이란 소리를 듣던 내가

20살 후반부터는 점점 그 소리가 뜸해지더니

30살이 넘어간 어느 시점부터는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긴가민가 의심을 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인정을 하게 되어 버렸다.




그렇게 30대를 동안으로 지내고,

30대가 끝날 무렵 결혼을 한 뒤,


어느 순간 회사에서

위치가 올라가고,

야근이 많아지고,

술자리도 늘어나고,

책임감도 점점 커지고,


이 모든 게 무한 반복되다 보니

다시 늚음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20대의 아픔을

30대의 기쁨으로 보상해 준 신께서

40대에는 되게도 빨리 기쁨을 가져가신다.



이제 50을 앞두고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사진 속의 나는 누가 봐도 딱 그 나이이다.



젠장할!




P.S. 육아휴직을 하며

가정적인 남편이 되었고,

다정다감한 아빠도 되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가끔은..

남자이고 싶다는 생각도 불쑥 올라온다.


철이 없어진 게..

너무 오래 쉬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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