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집에서 이태원이 멀지 않다.
결혼 전에도 이 동네에서 살다가
결혼 후에 같은 동네에서 이사만 했을 뿐
내내 같은 지역에서 15년 넘게 살고 있다.
이태원이 가깝다 보니,
결혼 전에는 자주 갔던 것 같다.
젊음의 거리, 이국적인 풍경,
흥분과 쾌락의 성지
그러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이태원을 갈 일이 없었다.
시끄러움, 교육상 안 좋음.
타락한 젊은이의 성지.
같은 이태원인데 나의 인식이 바뀐 것 같다.
육아휴직 기간,
와이프와 둘째가
일이 있어 함께 나가고
큰 애와 끼니를 뭘로 때울까.. 하다가
이태원을 오랜만에 가봤다.
아빠와 딸의 둘만의 데이트.
브런치 하는 이 시간이 왜 이렇게 좋았었는지.
그 이후 이태원은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자주 찾는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이국적인 풍경, 맛있는 점심식사,
행복한 가정의 성지
어느 날,
자전거를 가끔 같이 타는 동네 동생들이자
직장 동료들이 이태원을 한 번 가보자고 한다.
(동생이지만 나이가 40대 중반이다.)
젊음을 느껴보고 싶다며
형님도 때때로 이런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신다.
낮에 가족들과 함께가 아닌,
밤에 가 본 이태원은 진짜 백만 년 만이다.
도로며, 술집이며
정말 선남선녀들로 넘쳐난다.
술을 한 잔 씩 먹고
기분이 업 된 동생들이
클럽을 가자고 한다.
계속 손서래를 치는 나에게
잠깐 들리는데 어떠냐며,
양팔을 붙잡고 클럽을 들어간다.
(이렇게 표현하니, 조금.. 마음이 편하다.)
시끄러운 음악, 젊은이들의 흐느적거림,
눈 둘 곳 없는 의상..
영 어색함에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10여 분 정도 있다가,
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계산만 하고, 먼저 가겠다고 하고 나선다.
젊음의 거리, 이국적인 풍경,
흥분과 쾌락의 성지,
더 이상 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난 이제 가정적인 아빠니깐,
저런데 가면 안 되지.’라고
살짝 들렸음에도 자책하는 머릿속 A와
‘아.. 사람들이 욕해도
좀 더 구경이나 할 걸 그랬나?’라고
아쉬워하는 머릿속 B와
‘늙은이가 주책이군.’이라고 욕하는 머릿속 C가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머리’ 속 A, B, C가 싸우는 사이,
‘다리’는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가고,
‘팔’은 자연스럽게
아빠에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안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