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나 22 - 옷 (2)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와이프는

옷을 사랑한다.


본인 옷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이쁘게 보여야 한다며

이것저것 많이 주문한다.


좋은 옷을 사는 건 잘 모르겠지만(?),

매일 택배로 배달 오는 물건들을 보면

많이 사는 것 같긴 하다.

(다른 여자들이 어떠한지는 모르니,

지극히 나의 기준이다.)



여기서 문제는..

저 많은 옷 중,

내 옷은 하나도 없다는 거다.


어느 날인가부터,

회사가 양복에서 캐주얼 복장으로 바뀐 후,

동료들이

나이 들면 좋은 옷 깔끔하게 입어야 한다며

제발 옷 좀 사시라고 했지만,

난 극소수의 옷만 번갈아 가며 입었다.


때때로 그런 이야기를 집에서 하면

와이프는 기분 나쁘다는 표시를 하며

내 옷을 인터넷으로 구매한 뒤 입으라곤 했는데,

항상 라운드티를 구매를 해서

나를 당혹시키곤 했다.

아무리 회사가 캐주얼로 바뀌었어도,

라운드티를 입기는 좀 그렇다고 하면

오빠네 회사는 왜 그러냐며 되려 화를 내곤 했다.

가장 필수품인 양말과 속옷 또한

양말은 펑크가 나야, 속옷은 다 헤져야

주문을 해 주곤 했다.




육아휴직 기간,

이제 첫째는 커서

내가 목욕을 시킬 수는 없고,

둘째는 때때로 씻겨 주곤 한다.


아이를 씻길 때는, 물이 튈 수 있으므로

항상 팬티만 입고 씻기곤 한다.


둘째를 씻기던 어느 날,

갑자기 둘째가 나에게 말한다.


“아빠. 이게 뭐야?”


“응?”


아뿔싸.


사타구니가 헤진 팬티 밖으로

나의 소중이가 튀어나와 있다.



“으허헉!”



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욕실에서 튀어나온다.


그리곤 와이프에게 이것 보라며

다 떨어진 팬티와 웃지 못할 이 상황을 설명한다.


와이프는 뭐가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웃는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사놓을게!”



다음날,

새로운 팬티가 왔다.

사각 트렁크.

달랑 두 장.


그리곤 와이프가 말한다.


“오빠, 새 팬티 입고,

신나서 바람피우는 거 아냐? ㅋㅋ”



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P.S. 결혼 후 와이프가 사다 준 옷만 입다가,

육아휴직 기간,

나 스스로 속옷이며 다양한 옷을 구입하게 되었다.

속옷도 이젠 한 번에 10장씩 사고,

옷도 이젠.. 메이커도 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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