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재수 때 친구 중
변호사 친구가 한 명 있다.
정말 말이 많아서
옆에 있으면 정신이 나갈 정도이다.
생각해보니,
재수 시절인지, 대학 시절인지,
친구들 모임 중 어느 한 명이 술이 취해
“말 좀 그만해!”라며
그 친구에게 주먹을 날렸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옹호를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 많았다.)
게다가 정치성향도 너무 뚜렷했다.
친구들 모임에 우파, 좌파가
다 섞여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들끼리는 성향이 다른 사람이 있으니
굳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안 했던 것 같은데,
우파였던 이 친구만은
끝도 없이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성향이 다른 친구들이
뻔히 듣기 싫어하는데도
멈출 줄을 몰랐던 것 같다.
대학교 2~3학년 때인가?
이 친구가 공부한 지 얼마 안 되어
사시 1차를 합격했는데,
이것이 이 친구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1차를 쉽게 합격했기에,
2차도 쉽게 합격할 줄 알았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을
신림동 고시원에서 보냈었다.
이후 30대가 되어서도
1차를 한 번 더 합격했을 뿐
계속해서 시험에서 낙방을 했고,
그러다 보니 이 기간,
일을 하는 친구들이 좋은 거 사 먹인다고
가끔 고시원 앞으로도 가고,
당시 애인(현 와이프)과 데이트할 때
같이 만나 돈을 내 주기도 했던 것 같다.
나도 몇 번 신림동 고시원으로
뭐 좀 사 먹여야지,, 하며 갔던 것 같다.
어느 날인가
사시가 폐지되고 로스쿨로 바뀌며
이 친구는 지방에 있는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가면서
또 몇 년을 허비했던 것 같다.
결국 늦은 나이에
변호사가 되었지만
나이도 많고, 스펙도 좋지 않았던 탓에
일반 기업체에 취직도 되지 않았고,
변호사 개업을 하기엔
사무실을 차릴 돈이며 인맥이며..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어느 날 취직을 했다며 연락이 왔다.
“오오~~ 드디어 직장을 얻은 거야?
진짜 축하해~!”
오랜 기간을 옆에서 봐 왔던 나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 준다.
“그래, 어디에 취직했어?”
“응. 민주당 A의원 보좌관실에 취직했어.”
“뭐라고? 민주당?”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요새로 따지면 유튜브에서나
볼 법한 극우파인 녀석이
정 반대 소속의 민주당 보좌관이라니?!
“뭔 소리야? 왠 민주당?
너랑 정치색이 전혀 안 맞잖아!”
“야.. 야.. 먹고살기 힘든데 그딴 게 어딨어?
애들은 어리고, 아빠는 직업도 없는데…
돈 주는 ‘놈’이 착한 ‘분’이야.”
휴우…
그냥 맘이 짠했던 거 같다.
이게 현실이구나.
P.S. 이 이야기도 꽤 오래된 이야기 같다.
우파에서 좌파로 이념을 넘나든 이 친구는,
이제 정치 이야기는 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