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동료/친구 10 - 돈 주는 놈이 착한 분이야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재수 때 친구 중

변호사 친구가 한 명 있다.


정말 말이 많아서

옆에 있으면 정신이 나갈 정도이다.


생각해보니,

재수 시절인지, 대학 시절인지,

친구들 모임 중 어느 한 명이 술이 취해


“말 좀 그만해!”라며


그 친구에게 주먹을 날렸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옹호를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 많았다.)


게다가 정치성향도 너무 뚜렷했다.

친구들 모임에 우파, 좌파가

다 섞여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들끼리는 성향이 다른 사람이 있으니

굳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안 했던 것 같은데,


우파였던 이 친구만은

끝도 없이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성향이 다른 친구들이

뻔히 듣기 싫어하는데도

멈출 줄을 몰랐던 것 같다.




대학교 2~3학년 때인가?

이 친구가 공부한 지 얼마 안 되어

사시 1차를 합격했는데,

이것이 이 친구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1차를 쉽게 합격했기에,

2차도 쉽게 합격할 줄 알았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을

신림동 고시원에서 보냈었다.



이후 30대가 되어서도

1차를 한 번 더 합격했을 뿐

계속해서 시험에서 낙방을 했고,


그러다 보니 이 기간,

일을 하는 친구들이 좋은 거 사 먹인다고

가끔 고시원 앞으로도 가고,

당시 애인(현 와이프)과 데이트할 때

같이 만나 돈을 내 주기도 했던 것 같다.

나도 몇 번 신림동 고시원으로

뭐 좀 사 먹여야지,, 하며 갔던 것 같다.


어느 날인가

사시가 폐지되고 로스쿨로 바뀌며

이 친구는 지방에 있는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가면서

또 몇 년을 허비했던 것 같다.


결국 늦은 나이에

변호사가 되었지만

나이도 많고, 스펙도 좋지 않았던 탓에

일반 기업체에 취직도 되지 않았고,

변호사 개업을 하기엔

사무실을 차릴 돈이며 인맥이며..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어느 날 취직을 했다며 연락이 왔다.


“오오~~ 드디어 직장을 얻은 거야?

진짜 축하해~!”


오랜 기간을 옆에서 봐 왔던 나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 준다.


“그래, 어디에 취직했어?”


“응. 민주당 A의원 보좌관실에 취직했어.”


“뭐라고? 민주당?”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요새로 따지면 유튜브에서나

볼 법한 극우파인 녀석이

정 반대 소속의 민주당 보좌관이라니?!


“뭔 소리야? 왠 민주당?

너랑 정치색이 전혀 안 맞잖아!”


“야.. 야.. 먹고살기 힘든데 그딴 게 어딨어?

애들은 어리고, 아빠는 직업도 없는데…

돈 주는 ‘놈’이 착한 ‘분’이야.


휴우…


그냥 맘이 짠했던 거 같다.



이게 현실이구나.





P.S. 이 이야기도 꽤 오래된 이야기 같다.

우파에서 좌파로 이념을 넘나든 이 친구는,

이제 정치 이야기는 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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