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7 가족 27 - 옷 (1)

중년 남자의 잡생각

by B 밀


와이프는..

옷을 좋아한다.


음식을 먹거나 만드는 것엔

일도 관심이 없지만,


거의 매일

옷이 택배로 배달이 되어 오고,

그 옷을 리폼하기 위해

새벽까지 가위질, 바느질을 하기도 한다.


난 먹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옷에는 일도 관심이 없기에

그런 와이프가 잘 이해가 가질 않지만,

와이프의 옷 사랑은 대단하다.



생각해보면 손재주가 좋아서

머리띠나 팔찌, 각종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해 주었던 것 같고,

그게 또 이쁘다며,

동네 아주머니들이 만들어 달라고 하고,

구입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와이프는

본인의 옷 센스(각종 액세서리 포함)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이 있다.


때때로 내가 뭘 이렇게 많은 옷을 사냐고 하면,

나 같이 명품 하나 없는 와이프 없다며

다 인터넷으로 싸게 주문하고,

리폼해서 입는 거라며 이야기한다.


‘그래. 명품 하나 못 사주는데,

저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라고 생각하곤 한다.




몇 년 전 겨울,

아이들이 비교적 어릴 때,

키즈 카페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회사 동료와 그 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서로 가족끼리 왔으니,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하고 지나갔는데..



다음날

동료가 와서 이야기한다.


“B밀님! 와이프가 B밀님네 완전 부자냐고 함.”


“응? 뭔 소리야?”


“아니, 형수가 입은 외투가 A 거고,

애들 것도 다 명품이라고.”


“푸핫. 야, 내가 그런 거 사 줄 돈이 어딨어?

그런 거 아니지~. 너희 와이프가 잘 못 봤던지,

아님 우리 와이프 취미가 옷 리폼이니

명품이랑 비슷했나 보지”


“아, 그런 거예요?”


동료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시간이 흘러

가족끼리 어딘가 놀러 가,

또 다른 동료 가족을 우연히 만나고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다음날 그 동료도 와서 이야기한다.


일전에 했던 이야기와

유사한 이야기이다.


같은 이야기를 두 번을 듣고 나니,

좀 이상하긴 하다.



와이프에게 회사 동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하니,

웃으면서 비슷한 거 가품을 샀다고 한다.


나나 애들이 옷맵시가 좋으니

진짜인 줄 아나 보다고 한다.


하기사, 와이프 입에서

비싼 옷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외벌이로 와이프 옷 한 벌,

좋은 거 못 사주는 게 항상 미안할 뿐인데..


괜스레 말 꺼내 놓고는 미안하다.




육아휴직 기간,

긍정의 기운이 넘치고,

뭐든 다 잘 풀리던 때.

와이프에게 제법 큰돈도

용돈으로 쓰라고 주던 시기.



어느 날인가

집안 대청소를 했다.


오래된 가구며, 잘 안 입는 옷들이며,,

웬만하면 다 버리기로 한다.


내 옷장 속에 있는

와이프 외투 몇 개를 들고 나와 말한다.

(내 옷장엔 대부분 와이프 옷만 있는 것 같다.)


“이건 뭐야? 이것도 버릴까?

당신 이거 입는 거 잘 못 본거 같은데?”


“안 돼! 그것들 되게 비싸게 주고 산 거란 말이야!”



응?


이 옷들은?


로고를 다시 살펴본다.


동료들이 이야기했던 옷이다.



육아휴직 전 구별할 줄 아는 로고라고는

폴로, 나이키 정도였던 내가,

쉬면서 아울렛이나 백화점이나

여기저기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

이젠 뭐가 명품이고 아닌지를 알게 되었다.


아!


속았다!



인터넷으로 싼 옷만 구입하는 척,

페이크를 주고

나 몰래, 내 건 빼고..

좋은 옷들을 사고 있었어!


젠장!



P.S. 뭐.. 그렇다고

와이프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는 않았다.


해서 뭐하겠나?

이미 산 지 몇 년은 된 옷이고,

본인은 나에게 거짓말한 것도 잊어버리고

저렇게 해맑게 이야기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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