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와이프는..
옷을 좋아한다.
음식을 먹거나 만드는 것엔
일도 관심이 없지만,
거의 매일
옷이 택배로 배달이 되어 오고,
그 옷을 리폼하기 위해
새벽까지 가위질, 바느질을 하기도 한다.
난 먹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옷에는 일도 관심이 없기에
그런 와이프가 잘 이해가 가질 않지만,
와이프의 옷 사랑은 대단하다.
생각해보면 손재주가 좋아서
머리띠나 팔찌, 각종 액세서리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해 주었던 것 같고,
그게 또 이쁘다며,
동네 아주머니들이 만들어 달라고 하고,
구입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와이프는
본인의 옷 센스(각종 액세서리 포함)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이 있다.
때때로 내가 뭘 이렇게 많은 옷을 사냐고 하면,
나 같이 명품 하나 없는 와이프 없다며
다 인터넷으로 싸게 주문하고,
리폼해서 입는 거라며 이야기한다.
‘그래. 명품 하나 못 사주는데,
저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라고 생각하곤 한다.
몇 년 전 겨울,
아이들이 비교적 어릴 때,
키즈 카페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회사 동료와 그 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서로 가족끼리 왔으니,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하고 지나갔는데..
다음날
동료가 와서 이야기한다.
“B밀님! 와이프가 B밀님네 완전 부자냐고 함.”
“응? 뭔 소리야?”
“아니, 형수가 입은 외투가 A 거고,
애들 것도 다 명품이라고.”
“푸핫. 야, 내가 그런 거 사 줄 돈이 어딨어?
그런 거 아니지~. 너희 와이프가 잘 못 봤던지,
아님 우리 와이프 취미가 옷 리폼이니
명품이랑 비슷했나 보지”
“아, 그런 거예요?”
동료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시간이 흘러
가족끼리 어딘가 놀러 가,
또 다른 동료 가족을 우연히 만나고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다음날 그 동료도 와서 이야기한다.
일전에 했던 이야기와
유사한 이야기이다.
같은 이야기를 두 번을 듣고 나니,
좀 이상하긴 하다.
와이프에게 회사 동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하니,
웃으면서 비슷한 거 가품을 샀다고 한다.
나나 애들이 옷맵시가 좋으니
진짜인 줄 아나 보다고 한다.
하기사, 와이프 입에서
비싼 옷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외벌이로 와이프 옷 한 벌,
좋은 거 못 사주는 게 항상 미안할 뿐인데..
괜스레 말 꺼내 놓고는 미안하다.
육아휴직 기간,
긍정의 기운이 넘치고,
뭐든 다 잘 풀리던 때.
와이프에게 제법 큰돈도
용돈으로 쓰라고 주던 시기.
어느 날인가
집안 대청소를 했다.
오래된 가구며, 잘 안 입는 옷들이며,,
웬만하면 다 버리기로 한다.
내 옷장 속에 있는
와이프 외투 몇 개를 들고 나와 말한다.
(내 옷장엔 대부분 와이프 옷만 있는 것 같다.)
“이건 뭐야? 이것도 버릴까?
당신 이거 입는 거 잘 못 본거 같은데?”
“안 돼! 그것들 되게 비싸게 주고 산 거란 말이야!”
응?
이 옷들은?
로고를 다시 살펴본다.
동료들이 이야기했던 옷이다.
육아휴직 전 구별할 줄 아는 로고라고는
폴로, 나이키 정도였던 내가,
쉬면서 아울렛이나 백화점이나
여기저기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
이젠 뭐가 명품이고 아닌지를 알게 되었다.
아!
속았다!
인터넷으로 싼 옷만 구입하는 척,
페이크를 주고
나 몰래, 내 건 빼고..
좋은 옷들을 사고 있었어!
젠장!
P.S. 뭐.. 그렇다고
와이프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는 않았다.
해서 뭐하겠나?
이미 산 지 몇 년은 된 옷이고,
본인은 나에게 거짓말한 것도 잊어버리고
저렇게 해맑게 이야기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