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수의 식탁 1
친한 동생이 집에 놀러 왔다. 맥주와 안주를 사기 위해 이사 온 이후 처음으로 동네를 이리저리 누볐다. '케그 스테이션'에서 맥주 한 병을 구매했다. 이곳은 전문적으로 수제 맥주를 테이크 아웃해주는 곳으로, 맛도 좋고 집이랑 가까워 더 좋다. (구매한 맥주, 아이홉소: 과일향이 나고 상큼하다)
그다음에는 필요한 건 매력적인 안주. 무얼 먹을까 고민하며 걷다 우연히 큰 간판에 '연희 노가리'라고 적힌 작은 술집을 발견했다. 실내 포차 같은 분위기에 몇 안 되는 테이블이지만 이미 만석이다. 느낌이 왔다. 저기다. 노가리 한 접시를 포장해왔는데, 이 집 노가리 제대로다.
맥주 한 병에 노가리 한 접시만이 놓인 테이블. 그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노가리가 담긴 접시는 점점 바닥이 난다. 대화의 주제는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만, 뭐 별거 없다. 그저 사람 사는 얘기다.
왜 행복은 짧고, 고통은 길게 느껴질까. '요즘 참 평온하다' 싶을 땐, 왜 예상치 못한 힘듦이 찾아와 나를 다시 불안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일까. 우리는 괜찮은 내일을 기대하지만 괜찮기만 한 내일은 없는 것 같다. 혹 괜찮은 내일이 왔다 하더라도 괜찮지 않은 내일이 언제 또 올지 모른다. 그렇게 무수히 반복되는 희(喜)비(悲)를 겪다 보면, 어느 순간 이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이 됐건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생각은 이렇게 해도 힘든 일이 찾아오면 여전히 슬프다. 도저히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닌데, 지나갈 일이라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그냥 그렇게 계속해서 겪어 나갈 뿐이다. 겪을수록 단단해진다고는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여전히 아플 테지만 계속해서 슬퍼하진 않을 것 같다. 영원한 행복이 없다면, 영원한 불행도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