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컨설턴트를 고른 기준
655.
숫자를 확인하고 나서 딱 하루는 그냥 쉬었다.
맥주를 마시고, 밀린 잠을 자고,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현실이 돌아왔다.
'이제 뭘 해야 하지?'
1화에서 썼던 말이 있다.
"직장이든 어떤 선택이든, 갈지 말지는 합격 통지서를 받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다."
GMAT 점수도 마찬가지였다. 높은 점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T15 MBA를 지원하기 위한 내 기준의 최소 티켓은 만들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7월 말, 겨우 점수를 만들었다. R1(Round 1) 데드라인은 9월 초. 한 달 남짓밖에 없었다.
그 안에 에세이를 쓰고, 추천서를 받고, 원서를 완성해야 했다.
낮에는 야근이 일상인 자문사, 틈만 나면 해외 출장. 이 사이클을 혼자 다 돌리는 건 무리였다.
결론은 하나였다. 컨설턴트를 찾자.
지인 추천과 온라인 검색을 통해 총 4군데와 화상 미팅을 잡았다.
미팅을 준비하면서 묘한 감각이 들었다.
나는 6년간 자문사에서 클라이언트를 응대하는 역할이었다. 항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클라이언트였다.
처음엔 어색했다. 하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오히려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 되니 보이는 게 있었다.
4군데 중 대부분은 미팅 초반부터 내 점수와 학력, 직장을 훑고 나서 바로 결론을 내렸다.
"점수가 조금 아쉽네요." "아시안 백그라운드에서는 점수가 중요한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미 나를 어떤 틀 안에 집어넣는 느낌이었다.
나는 점수로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에세이에 담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유학 컨설턴트 비용은 싸지 않다.
이미 GMAT 학원비, 시험 응시료, TTP 구독료로 수백만 원을 쓴 상태였다. 솔직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니 답이 나왔다.
나에게 지금 가장 부족한 건 돈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컨설턴트가 그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면, 그건 투자였다.
그리고 나이도 나이인지라 MBA는 재수를 할 생각이 없었다. 한 번에 잘 끝내고 싶었다.
GMAT에 이미 이만큼 썼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아끼다가 결과가 아쉬워지는 건 더 싫었다.
지금 여기서 아끼면, 나중에 더 비싼 후회를 살 수도 있다.
결제 버튼을 누르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후회는 없었다.
잠깐, MBA 학교 서열이 궁금하다면
미국 MBA 지원에서는 보통 학교를 세 등급으로 나눈다.
M7 — Harvard, Stanford, Wharton, Booth, Kellogg, Columbia, MIT Sloan. 최상위 7개교
T15 — M7에 더해 Tuck, Yale SOM, Haas, Ross, Stern, Fuqua, Darden 등을 포함한 상위 15개교
지원자들은 보통 Reach(도전), Target(적정), Safety(안정)으로 나눠 포트폴리오를 짠다.
컨설턴트와의 첫 미팅에서 처음으로 학교 리스트를 진지하게 들여다봤다.
그전까지는 막연히 "Top MBA"였다. 이제 하나씩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나는 M7을 Reach, 8~10위권을 Target, 나머지 T15를 Safety로 설정했다. 내 점수와 백그라운드를 냉정하게 봤을 때 나올 수 있는 현실적인 구도였다.
상담하면서 두 가지 유형을 봤다.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희망을 주는 사람. 반대로 점수와 백그라운드만 보고 어둡게 전망하는 사람.
둘 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선택한 컨설턴트는 달랐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소화하고 나서 말했다. 이 상황에서는 이런 전략이 맞겠다고. 근거가 있는 조언이었다.
희망도 비관도 아닌, 전략. 그게 결정적이었다.
컨설턴트가 생겼다. 전략도 생겼다. 이제 남은 건 실행이었다.
에세이 첫 줄을 써야 했다.
그런데 막상 빈 화면 앞에 앉으니, GMAT보다 더 막막했다.
숫자는 틀리면 다시 풀면 됐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엔, 정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