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집회 의사일기 #9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응원봉과 선결제가 새롭게 눈에 띄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는 촛불집회로 촛불과 촛불 모양 봉이 대세였는데, 이제는 여러 빛깔로 반짝이는 응원봉들에 조명이 집중되었다. 나는 연예인 응원봉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집회 때 그 빛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이 SNS에 있었다. 오타쿠가 나라 걱정해서 뛰쳐나오게 하는 건 정말 나라의 큰 문제인 것을 뜻한다고. 집회에 꾸준히 나오던 내 자칭 ‘오타쿠’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그 친구는 평소 사회활동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집회마다 친구와, 또는 혼자 거리로 나섰다. 나는 그 마음들이 결국 임계점을 넘는 파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집회 선결제 문화도 특이했다. 집회 참여자들이 커피나 김밥,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도록 몇십 건, 때로는 몇백 건의 결제를 하기도 하고, 집회장에 여러 푸드트럭이 음식을 나눠주었다. 집회에는 나눔이 당연했다. 집회 참여와 더불어, 집회에 마음을 같이하는 사람들도 무언가 보태고 나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혐오와 미움이 사회에 가득하다 하더라도, 함께 하는 자들의 연대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간다.
집회의 자리에는 2030여성 또한 뺄 수 없다. 가장 화두가 된 세대기도 하며, 12월 14일 여의도 탄핵 집회 때 이들이 약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여성과 소수자 의제부터 시작하여, 사회의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다. 차별과 혐오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2030 여성들은 점차 각성했다. 이미 깨어났기에, 이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주체적으로 목소리 내며 사회를 바꿀 주역이 된다.
2030여성에 속하는 나를 돌아보자면, 대학에 들어가기 전 어릴 때부터 부조리에 대한 감각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대학 때였다. 대학생이 되어 여러 대외활동을 하면서 보건의료 및 건강권 활동도 알게 되었다. 이들 모임에 참여하며 책과 강연으로 앎을 넓혔고, 집회와 활동으로 현장을 보았다. 평온해 보이기만 하던 내 세상은 자꾸 넓어져 고통과 불평등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불편했다. 뭔가 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삶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활동했고, 한 때는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그 시기를 넘어 지금은 나를 지키고 인정하며, 사회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