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 극우

탄핵집회 의사일기 #8

by 무하

윤석열의 죄를 낱낱 말하면 끝이 없겠지만, 그의 큰 죄악 중 하나는 극우 세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끝까지 자신의 죄를 부인하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극우들을 부추겼고, 결과적으로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세력들이 부쩍 커졌다. 국민의 힘 또한 주요 세력이 윤석열을 옹호하며 내란 잔당의 역할을 자처했다. 정말 그들이 싫었다. 대체 무슨 논리로 나라의 내란죄를 일으킨 윤석열을 옹호하는 것일까.


그들은 자기네들만의 집회를 지속하고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협했다. 주말 집회 때 종종 광화문역을 통해 집회 장소로 갔는데, 광화문을 내리면 이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가 가방에 꽂혀있거나 손에 들려있고, 윤석열 옹호 피켓 또한 들고 다녔다. 혹시나 그들과 부딪힐까, 싸움이 붙을까 봐 조심조심 역을 올라가면 전광훈과 여러 극우파들이 소리치는 모습이 화면에 보였다. 그때그때 달랐지만, 광화문 광장이 윤석열 파면 집회만큼 꽉꽉 차 있지는 않았다. 가운데에 사람이 몰려있고, 주변부에는 사람이 듬성듬성했다. 탄핵 반대 집회와 탄핵 집회 사이에는 경찰차 벽이 가로막고 있고 양옆에 좁은 길로 통과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곳을 문제없이 통과하면 경복궁역부터 동십자각까지 끝없이 펼쳐진 사람들과 깃발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드디어 윤석열 파면 집회에 도착했다, 하면서 안심이 된다. 이상하게 눈물도 핑 돌았다.


처음 서부지법 폭동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윤석열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윤석열 지지자들이 이에 반발하며, 1월 18일 밤 “국민 저항권”을 주장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여 건물 집기와 유리창을 부수고 경찰, 기자, 민간인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안 현실에 인식이 절여져 민주주의조차 부정하는 이들이 경악스러웠다.


서부지법 폭동의 54%가 2030이었다. 나와 같은 시기를 살았어도 이렇게나 생각이 다르다니, 그들의 마음에는 대체 어떤 혐오가, 그릇된 신념이 작용하는 것일까. 그 마음에 극우를 분석하는 토론회나 강연도 여럿 들었다. 그래도 어려웠다. 극우의 알고리즘을 분석한 기사에서 극우들이 주로 보는 유튜브에 질 낮은, 그러니까 근거가 빈약하거나 없는 영상과 가짜뉴스가 가득하다고 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그들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박탈감과 분노에 극우가 되는 것일지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감정들은 세상에 대한 거짓된 믿음과, 다양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 그리고 사회적 신뢰의 파괴로 이어졌다. 아마 내 주위에도 말은 하지 않지만 극우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회의 극우세력을 내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개인의 정치적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미 본인의 가치관, 사회관과 연관되어 머릿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반적인 분위기 변화이지 않을까 싶다. 혐오는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 사회적 연대가 자연스러운 분위기,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 사회적 합의점 위치를 점차 끌어 움직이는 것이 사람과 사회의 진보를 믿는 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때나 우리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그만큼 역동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마 많이 알려진 구절이 하나 있다.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라.

사회의 아픔과 불의를 똑바로 바라볼 줄 알면서도, 진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찾고, 나의 뜻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늘려가며, 지금 이 자리에 서서 목소리 내고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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