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

의사가 비타민 D 주사를 맞으며 든 생각

by 무하

내가 있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는 김에 A, B형 간염 항체 검사와 비타민 D 검사를 했다. 항체는 다 있었고, 비타민 D 가 부족하다고 나왔다. 30~100 ng/mL 가 정상인데, 내 수치는 18.92 ng/mL이다. WHO에 따르면 10 ng/mL 아래로는 결핍, 20 ng/mL 이하는 부족으로 정의된다. 병원이 여유로운 차에 비타민 D 주사를 맞았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많은 제약회사 및 의료인들이 비타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는 안 먹는다. 일단 귀찮다. 일정 나이를 넘으면 건강을 챙겨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인체 유료구독기간이라 하는데 내 건강검진 결과는 내가 아직 무료구독기간임을 인정해 주었다.


꼭 비타민을 먹어야 할까? 하면,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공급이 만든 수요도 꽤 있는 듯하다. 많은 비타민과 건강식품들은 그 효과가 분분하다. 제약회사의 지원이 들어간 연구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효과가 있다고 나오며, 그렇지 않은 연구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즉,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


의사로서 그나마 추천한다면, 약사 친구가 약사들도 먹는다고 알려준 비타민 B 계열 (실제로 B12는 꽤 많은 역할을 하며, B12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빈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면역과 골다공증 등 다양하게 작용하는 비타민 D 정도이다.


모든 영양소는 혈액검사를 통해 어떠한 질환이나 증상의 원인이 될 정도의 결핍이 있을 때 그것을 보충하는 것이 맞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충분한 양의 비타민 및 미네랄을 몸에 보유하고 있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쓰는 비타민은 그렇게 효과가 없다.


vitamin-capsule-pill-food-cuisine-medicine-medical-1608174.jpg @PxHere


나는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식품이 가장 좋은 영양제라고 본다. 변비에는 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가, 당뇨 환자에게는 잡곡밥, 고혈압 환자에게는 짜지 않은 음식이 가장 좋은 건강기능식품이다. 운동과 생활습관 또한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나는 당뇨 환자들을 진료할 때 항상 운동 여부를 물어본다. 운동을 꾸준히 한 당뇨 환자는 혈당이 내려간다.


피로한 환자에게 도움 되는 음식은 특별히 없다. 순간 기력이 너무 떨어진 상황에서는 영양수액이 반짝 빛을 발하지만, 근원적 치료는 3'잘’, 잘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피로는 몸의 상태이다. 몸을 피곤하게 하는 요인을 해결하면 나아진다.


의학으로 입증된 약은 해당하는 질병에 무엇보다 뛰어난 건강적 효과를 발휘한다. 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효능을 이중맹검(실험자와 피험자 누구도 진짜 약과 위약을 모르는 상황으로 진행하는) 실험을 통해 증명해야 하며, 안정성과 유효성을 대규모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건강식품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 질병을 완치시킬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차라리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꿔서, 탄단지를 완벽히 맞춘 채식 위주의 식단과 하루 1시간 이상의 운동을 하면서 체질을 바꿨다, 그러면 인정한다. 그건 가능하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서 질병이 해결됐다면, 이미 그 건강기능식품은 세계적인 약으로 인정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적인 약은 당뇨약, 고혈압약, 고지혈증 약으로 시판되고 있다. 해당 환자에게 의사는 혈액 및 다른 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게 약을 처방한다. 만성질환은 관리의 대상이지, 무언가를 먹어서 완치되는 병은 아니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되는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없다. 자신의 몸 상황에 맞춰 필요한 대로 식품이나 약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많은 질병들은 무엇을 안 먹어서보다 무엇을 너무 과다하게 먹어서 생긴다 (술, 담배, 짠 음식, 달고 포화지방이 가득한 음식 등). 자신의 건강 관리를 영양제 및 건강식품 섭취를 통해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몸을 알고 내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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