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감상을 나눈다는 것은
트레바리는 사람들과 책모임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나는 인스타 광고로 처음 이 플랫폼을 접했다. 후기를 찾아보니 책 그 자체를 읽는 기회에 더하여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좋았다는 평이 있었다. 가격에 눈물을 머금었지만, 새로운 경험은 놓칠 수 없지. 일단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트레바리에는 클럽이라는 명칭으로 여러 책모임들이 올라와 있었다. 재테크, 인문학, 스타트업, 철학, 체험하는 책읽기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다룬다. 같이 모여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클럽과 각 분야의 유명인을 초청해서 함께 진행하는 클럽으로 나뉘었다. 각 모임은 파트너라는 모임장이 진행을 맡았다. 기본적으로 한 클럽은 1달에 1번, 4회로 진행한다. 책은 주로 정해져 있지만, 때때로 모인 사람들이 책을 정하기도 한다.
내가 들어간 클럽은 인문학 고전 읽기 모임으로, 박웅현 [책은 도끼다], 플라톤 [국가], 공자 [논어],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토의했다. 특히 [국가]와 [논어]는 '이때 아니면 언제 읽으랴'하는 생각이 들어 이 클럽을 선택했다. 특이점은, 매 책을 읽고 독후감을 며칠 전까지 써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들어간 모임은 최소 400자 기준이었으며, 끝에는 같이 토의하고 싶은 질문을 2~3개 정도 달도록 했다. 이 질문들은 나중에 주제별로 엮어서 얘기하게 된다.
2022년 12월 중순, 처음 강남 아지트로 입장을 했다. 트레바리의 신기한 점은 책모임 플랫폼인데 책모임을 할 수 있는 자체 건물이 있다는 점이다. 무려 11층이다. 지금까지 책모임을 한다면, 해봤자 스터디룸 정도였는데, 오로지 북클럽을 위한 공간이 있다니 놀라웠다. 트레바리의 참여비용에는 건물비가 한몫할 것 같다. (참고로 매 층 화장실도 있고 깨끗해서 좋았다.) 모임 전 미리 톡방이 파여 몇 층 몇 호실로 갈지 등을 안내받았다. 사람들의 기본 인원은 16명으로, 각 방은 열 명 넘게 앉을 수 있도록 상당히 컸다. 처음 모임 이후에는 사람들이 줄어 점차 8명 내외의 소수정예가 된다.
진행 방식은 클럽마다 다르다고 한다. 내가 있던 모임은 발제 없이 간단히 소감을 나눈 후 미리 올렸던 질문들에 대해 같이 의견을 나눴다. 인당 질문 2~3개면 꽤 많은 질문들이 나오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해진 모임시간인 3시간이 훌쩍 간다. 끝나면 시간이 되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도, 나가서 식사를 같이 먹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모임이 재밌었다. 혼자 읽었다면 각 책들을 읽을 생각도 안 하거나, 읽다가 덮었을 것 같다. 책들이 내 취향을 좀 벗어난다. 다만 책모임을 가야 한다는 결심 하에 열심히 잡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고민들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나누는 것은 내 시각을 확장시켰다. 나는 책을 A라는 생각을 하고 봤는데, 누군가는 B의 생각을 하고 읽어서 질문을 냈다. 예를 들어, [1984]의 디스토피아적 시선에 대해 나는 많이 공감하지 못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이에 비슷한 예시들을 찾아냈다. 책이 정육면체처럼 생긴 입체라면, 나는 앞에서 볼 때 누군가는 뒤에서, 옆에서 다른 단면을 보았다.
독서든, 영화든, 어떠한 창작물을 감상할 때 서로 다른 관점들을 모으면 나 자신의 시각이 확장되고, 남들의 시점을 받아들인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것은, 혼자는 해내지 못할 일을 끝까지 하도록 이끈다. 좋은 독서모임, 좋은 감상모임은 그 안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배우고, 의견에 공감하며, 대화를 통해 앎을 찾아가는 충만한 경험을 하게 한다.
[1984]의 디스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회적 관계가 끊어져 고립된 개인이 어떤 의견에 선동되거나 독재로 인해 지배 받기 더 쉽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개인 간의 관계가 모조리 끊어진 채 권력의 논리로만 사회가 움직이지 않으려면, 공동체와 관계가 필요하다. 서로 간의 연결, 평등을 기반으로 한 관계와 공동체가 든든히 버티고 있을 때, 우리 사람들은 외부의 위협이나 내부의 붕괴로부터 더 안전하다.
이번 트레바리 책모임은 참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나는 이 안에서 평등하게 이루어지는 토의를 경험했다. 이 프로그램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감상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은 유익하다고 생각이 든다. 의견을 나누는 토의로 자신의 시각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사람들 간의 좋은 관계, 즉 편안하며 즐거운 관계는 개인에게 따스한 충만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