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 치유하는 과거
3~4년 전, 제일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랑 공부도 같이 하고,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을 서로 나눴다. 하지만 사이는 점차 틀어졌다. 나는 막연한 불편감을, 그 친구는 나로 인한 괴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연을 끊었다. 내가 생각하던 건 서로 간 좀 거리를 두는 것이었는데, 일방적으로 끊기다니, 충격을 받았다.
그때 우리는 너무 가까웠고, 둘 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나는 타인에게 뾰족한 사람이었다. 먼 거리에서는 괜찮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상처를 많이 주었다. 그 이후로도 그 사건을 자꾸 곱씹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내 주된 감정은, 당혹감과 그 친구에 대한 원망감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갔다.
최근에, 내가 있던 메신저에 그 친구가 새로 들어왔다고 알림이 왔다. 그동안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는 무너졌던 그 관계가 서로에게 지속적인 상처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끊어진 관계를 이어놓고 싶었다. 베프가 되지는 못할지언정 약간의 친구 관계는 잇고 싶었다.
연락을 보내봤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 차단했겠구나, 하고 채팅방을 삭제했다. 2~3일 후 답장이 왔다. 잘 지내고 있고, 그 당시에는 내가 자신을 함부로 대한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났었다고 했다. 나는 그에 대해 사과했다. 상처를 주어서 미안하고, 변명은 되지 않지만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과정에서 내가 남들에게 뾰족하게 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서로 당시의 감정들을 나눴다. 둘 다 많이 힘든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헤쳐나가던 시기였다. 서로의 뾰족함과 약한 부분이 부딪혔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로 남았다.
많이 미안했다. 사실 난 그 힘든 시기의 기억들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힘들었던 기억은 자꾸 머리에서 쓸어내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의 정말 친하고 소중했던 친구였고, 내 성격의 뾰족함, 나의 안 좋은 굴레로 인해 상처를 주어서 미안함을 느꼈다. 다행히 나의 사과로 그 친구도 마음속 응어리가 풀렸다고 했다. 어제 그 친구와 만나 내가 주었던 상처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겼던 마음에 대해 듣고, 나 또한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을 얘기했다. 과거의 아픔으로 갈라졌던 상처에 현재의 화해가 그 위를 덮었다.
그 친구의 애인이 나를 다시 보는 것을 말렸다고 한다. 나로 인해 그 친구가 많이 힘들어했던 것을 봤고, 사람은 고쳐 쓰는 것 아니라고 했다. 나는 고쳐질까? 내 안 좋은 패턴이 또다시 반복되어 그 친구에게 상처를 입힐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과거를 돌아보며 배우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해야지, 두려움에 그냥 멈춰있을 수는 없다.
이 친구를 만나서 과거 얘기를 듣고, 내가 이런 경향성이 있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나에게 맞춰주기를 바랐다. 친구와의 관계가 깨지고 난 후, 나도 배운 바가 있었다. 친구는 당연한 것이 아니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 서로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그것이 함부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새겼다. 이전의 그 사건 후, 나에게 친구 관계의 기본은 예의와 의리라는 신조가 생겼다.
“돌아온 걸 환영해, 자매.” 그 친구가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과거를 잊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