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를 사서 신고 달리면 될 줄 알았는데 고쳐야 할 것이 투성이
윤상의 ‘달리기’를 좋아한다.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예전에는 입시, 임용고시 등의 은유로 들렸는데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요즘은 달리기로 받아들여진다.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지겹고 숨이 턱까지 차더라도 목표지점까지 멈추지 말고 달려.’
윤상님도 하루키처럼 달리는 사람인 걸까.
러닝, 등산, 트래킹을 하는 동네운동모임에 들어간 후로, 주로 걷기 번개에 참여했다. 최근엔 러닝만 골라서 참여 중이다. 심지어 내가 열기도 한다. 삶에서 달리기의 지분이 높아지고 있다. 달리기는 웨이트 트레이닝 후 의무감으로 하는 유산소 운동이었는데 이제는 잘하고 싶은 것이 되었다. 새 러닝화를 장만하고 가아끔 유튜브로 공부를 했는데 삶이 고단하여 외주를 주기로 했다. 탈잉에서 러닝 자세를 진단 및 처방해 주는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선생님의 진단과 처방은 다음과 같았다.
1. 골반이 전방경사이므로 골반 중립을 위한 운동을 해줘라. 달릴 때 엉덩이에 힘을 주어 앞으로 넣고 달리는 연습을 해라. (중립으로 서있는 것도 내겐 너무 힘든 일이다.)
2. 오른쪽에 쥐가 자주 나는 것은 오른쪽 발목이 약해서이다. 눈 감고 오른쪽 다리로 서기 혹은 눈 뜨고 밸런스 패드 위에서 오른쪽 다리로 서기를 연습해라.
3. 미드풋은 잊고 ‘무게중심’을 운동화끈 1-3번 위치에 두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는 느낌으로 달려라. 뒤꿈치로 딛는 것은 절대 하지 말고!
역시 시간과 돈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 진단을 받고 보완 운동을 시작했다. 센터에서 본 밸런스 패드를 샀고,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수시로 오른발로 올라서고 있다. 운동모임에 고수가 있어 직접 트랙을 달리며 코칭을 받기도 했다. 같이 달리면서 단계별로 지시를 주니 원데이 클래스에서 알게 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가 있었다. 그는 전방경사가 심한 것은 복근과 척추 기립근이 약한 것이니 그곳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며 직접 알려주기도 했다. 어쩜 홈트를 하거나 프사오를 다니며 가장 하기 어려워했던 동작들이었다. ‘약해서 힘들었구나.’ 처음 등 운동을 배우며 등에 힘준다는 느낌조차 모르던 시절이 떠올랐다. 현재의 등을 만드는 데 2년 정도가 걸렸으니 복근도 꾸준히 고립해서 단련하면 강해질 것이다. 웨이트 피티를 받으면서도 트레이너 선생님이 그렇게 매일 하라고 했던 복근 운동과 복식 호흡에 태만했는데 몸은 참 진실하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미룬 운동은 결국 하게 되어 있으니 지금 하는 것이 좋구나.
배움에는 끝이 없다. 알면 알 수록 모르게 된다. 그게 묘미이다.
디깅(digging)할수록 나의 무지를 깨닫게 되는 것. 이게 메타인지를 올리는 일.
앞으로도 달리기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아지도록 달리기 석사 라이프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