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한긍정윤쌤 Apr 24. 2024

좋은 기분이 하루의 기본이 되도록

일찍자야 푹자고 기분좋게 일어나지요

"엄마! 아 왜 일곱 시에 안 깨웠냐고!!"


어머나! 우리 집 풍경인 줄 알았네! 깜짝 놀라시는 분들 많을 거예요. 저희 집에서 종종 들리는 행복한 모닝 알람소리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아침잠 깨기 투정이지요.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나이가 몇인데 깨워야 일어납니까.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면 스스로 일어나는 아침, 기분 좋게 챙겨 먹는 아침식사, 느긋하고 발걸음도 가벼웁게 나서는 등굣길, 뭐 이런 게 기본 아니겠습니까!"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얼른 페이지를 덮고 나가셔도 좋습니다. 이 글은 그렇게 유니콘처럼 우리 눈에 결코 보이지 않는 그런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을 위한 글은 아닐 테니까요.


네, '스스로 일어나는 아이'는 대부분 완전한 착각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아침은 신선한 공기가 나를 깨우는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며 건너야 할 개울이고 막아야 할 적군과도 같으니까요. 아이들에게라고 뭐 그리 다르겠어요. 그들의 삶이나 우리의 삶이나, 하루의 24시간 주기와 생체리듬은 돌고 도는 쳇바퀴인걸요.




아침은 일단 무조건 힘이 듭니다. 부모님과 어른들이 그렇게 기본값을 아주아주 바닥까지 혹은 지하 한 삼층까지 끌어내려 놓고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하루의 시작은 너무나도 고되고 고통스러울 뿐이에요. 


아침에 알람소리 한 번만 듣고 벌떡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욕실로 가 말끔히 씻고 나와, 식탁에 앉아서 어린이 신문이라도 착착 펼쳐 읽으며, "엄마, 오늘도 좋은 아침이네요. 바깥 날씨 보셨어요? 오늘 뉴스에 재밌는 기사가 있는데, 읽어드릴까요? 그나저나 오늘 아침 메뉴는 무엇인가요?" 묻는 아이가 우리 집에 살고 있다면 과연 어떤 느낌이시겠어요? 낯설고 혼란스럽지 않으실까요?


이렇게 우리는 아이들에게 특정한 모범적인 모습을 바라면서도, 그 바람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은 다소 가볍지 않은가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너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서이기도 혹은 매일 아침마다 싸우고 악을 지르다 허겁지겁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을 몇 년쯤 겪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일지도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볼까요. '날 때부터' 스스로 일어나는 아이는 없을 뿐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처음의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법이지요. 멀고도 험한 '육아 독립'의 시작은 단연코 '아이가 하루의 시작을 얼마나 독립적으로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시작이 반이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고 첫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시작'의 중요성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아이가 처음부터 스스로 벌떡 일어나기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기에, 차근차근 함께 연습하면 됩니다. 아침에 깨어나기 위해서는 밤에 자는 시간부터가 중요한 법이지요. 


#1. 잠자리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조용하고 쾌적하고 어두워야 합니다.

#2. 수면시간과 기상 시간을 정합니다. 아이 연령에 맞는 필수 수면시간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수면과 성장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설명하고 아이와 건강한 수면시간을 합의합니다.

#3. 잠자리 루틴을 상의해 정합니다. 베드타임스토리 읽어주시는 게 가장 좋지만, 음악을 듣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저는 좋았어요. 딱 한 가지를 반드시 지키는 것보다, 몇 가지 활동을 정해놓고 그날의 컨디션과 일정에 따라 아이와 상의해 유동적으로 고르시는 게 좋습니다.

#4. 잠잘 때 허락할 수 없는 행동들을 반드시 정하고 이를 엄수합니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를 보거나 티브이를 보는 등 깊고 고요한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행동은 절대 금지합니다.


하루이틀에 되는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저희 집은 아이들 다섯 살쯤부터 노력했지만, 아직도 일어나는 시간을 가끔씩 놓치고는 엄마 탓 날씨 탓 베란다 밖 소음 탓을 하는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짜증 내는 아침은 엄마에게도 분노유발타임이지만, 학교 보내고 눈앞에 아이들이 안 보이면 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됩니다. 잠깐 삼십 분만 참고 연기하듯 친절을 베풀어주세요.


"아이고~ 일어나는 시간을 놓쳤구나? 벌써 일곱 시 반이라 일어나서 놀랐겠다. 엄마가 옷 챙기는 거 도와줄까? 아침밥을 간단하게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어? 응, 그래. 시간이 촉박해서 불안하면 하루쯤 굶고 가도 돼. 두유라도 한 팩 마시고 가면 어때?"


최선을 다해 기분이 좋아지도록 달래고 얼러줍니다. 아이가 내 껌딱지였던 '아~ 옛날옛적에~'를 가끔씩 소환한다 생각하면 버틸만하지요.


상상만 해도 치사하고 열 뻗치신다고요? 이렇게까지 납작해야 하냐고요? 엄마가 봉이고 호구냐고요?

제 답은 '네!'이기도 '아니요!'이기도 합니다.


하루의 시작이 내 맘 같지 않았을 때, 우리의 하루를 생각해 봅니다. 기상 시간이 어긋난 어느 날 아침, 아이가 먹을 아침 식사 준비도 제대로 못해 아이를 굶기다시피 등교도 어찌어찌시켜버리고, 나의 직장 출근도 정신없이 해버린 어느 날 아침. 직장에 가서 자리에 앉아서도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지 않았나요. 어쩌면 저처럼 순간의 감정을 해소하는데 어려운 분이라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오후가 되어서까지도 자책감에 마음이 무거울 거예요.


반면에 개운하게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내가 마음먹은 아침루틴을 착착 소화하고, 맛있고 건강한 아침을 챙겨 먹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간을 잘 맞추어 집을 나서는 하루는 어떠한가요. 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째지지 않나요.


<출처-Pixapay, 기분 좋은 우리 아이의 날아갈 듯한 등굣길이 매일 이어지길 바랍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이렇게 기분 좋게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자습시간에 친구들이 조금 짓궂은 장난을 해도 너그럽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에 반짝반짝 집중할 수 있는 개운한 몸과 마음, 학교 급식시간이 허겁지겁, 못 먹고 나온 아침식사의 몫까지 때우는 시간이 아니라 즐겁고 건강하게 나를 성장시키는 식사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늦게 잘 수도, 일찍 못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많고 많은 날들이 씨실 날실 엮어진 알록달록한 그림인걸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안전하고 즐거운 일들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아침도 마찬가지예요. 오늘은 늦잠으로 짜증 내며 눈을 떴더라도, 엄마의 인내와 재치로 아이의 기분에 탁! 밝은 불이 켜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길 바랍니다. 아이와 엄마, 학생과 선생님, 우리 모두의 건강한 하루의 시작을 위해서 말이지요.


지금, 몇 시인가요? 안녕히 주무세요, 모두들.

이전 02화 억울함이 반복되면 성격이 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