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내밀한 행복

성산 카페 으믐

by muhyeonng




공간을 만든 이의 사적인 취향이 담긴 사물은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있다.

매장 한편에 단출히 자리 잡은 직사각형 나무 책장이 그렇다.

손에 닿는 어떤 책을 꺼내 읽어도 으믐의 생각과 감정으로 연결된다.

그렇게 그들은 당신에게 마음을 건넨다.

집요함으로 일궈낸 우드톤의 공간.

멀리서 바라볼 때 더 아름답다는 말은 으믐에게 통하지 않으며, 들여다볼수록 마음에 새겨진다.

으믐에서 맞이하는 겨울의 단면. 사색을 위한 멋진 체류가 되길.







“사실 상호로 하고 싶던 이름은 따로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이미 상표권 등록이 되어있어 포기해야 했죠. 카페는 공간적 요소 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맛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마실 음 飲자를 꼭 사용하고 싶었어요. 입으로 ‘음 음 음’ 소리를 길게 뱉 어보다가 ‘으믐’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마음에 들어서 그날 바로 으믐으로 정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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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조립하고 다듬은 탁자와 의자가 있는 이곳엔 8년간 커피를 업으로 삼아온 사람의 신념이 깃들어 있다. “막연하게나마 ‘언젠간 내 공간을 꼭 만들어야지’란 생각을 했었는데 성산동에서 실현되었네요.”


일부러 찾아와 밤호박우유만 마시는 손님이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정성이 깃든 음료와 계절마다 바뀌는 디저트는 최 소 4~5번 혹은 그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 탄생한다. 완벽에 완벽을 기한다. 마지막 한 입까지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게 목표인 으믐은 당도와 조화를 놓고 매일 고민하고 수정한다.


신소영 대표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미묘한 맛 차이를 잡아내려고 노력 해요. 저는 제 입에 맛있을 때까지 테스트하는 편이거든요. 특히 나 디저트는 레이어가 많다 보니, 레이어 각각의 맛이 아무리 맛 있어도 한입에 넣었을 때 조화롭지 못하면 맛있는 디저트에서 제외해요. 무조건 한입에 넣고 맛을 테스트하죠.”



겨울이 되면 햇빛이 매장 제일 안쪽까지 들어온다. “으믐은 가 을과 겨울이 잘 어울리는 매장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저는 겨울의 으믐을 제일 좋아해요. 춥지만 따뜻하달까요. 창가 자리 근처에 앉아 있으면 햇볕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요. 이때 디저 트와 따뜻한 필터 커피를 앞에 두고 창밖을 바라보면 왜인지 모 를 행복감이 밀려와요. 아, 노래도 한몫하고요!”



따뜻한 커피가 잔에 넘치도록 찰랑찰랑 담아주는 으믐. 마시는 이에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좋은 기억을 남기고자 후미와 단맛 에 공을 들인다. “필터 커피로 나가는 싱글 원두는 직접 로스팅 을 하고 있어요. 매장에서 로스팅하면 세밀한 부분까지 수정하 고 보완할 수 있는 게 장점이거든요. 또 저희 로스터가 성격이 워낙 꼼꼼한 편이라 제가 원하는 뉘앙스를 잘 구현해 줘요.”


혼자 온 손님도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도록 준비한 으믐의 작은 배려. 바로 자리 배치다. 이곳의 의자는 주로 벽을 향해있다. 군 중 속에서도 독립된 개인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사색 의 욕망을 더욱 들끓게 한다.



“저 같은 극 내향인 손님이 와도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고안했어요. 제 경우 타인과 눈 을 적게 마주칠수록 혼자만의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더라고 요. 올겨울 생각을 비우기 위해 으믐에 온 손님이 있다면 맛있 는 커피와 디저트, 잔잔한 음악, 벽을 마주한 좌석을 꼽을 수 있 겠네요!”


직사각형 나무 책장엔 으믐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최소한의 빛 이 최적의 집중을 표방하듯, 빈티지 줄에 매달린 옅은 조명은 그것만을 비춘다. “저는 책을 대여하지 않고 사는 걸 좋아해서 다 소장해 놓는 편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책을 제 공간에 오신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비치해 뒀었는데, 다들 이렇게나 좋아해 주실지 몰랐어요. 너무 다행이고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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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있는 책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으믐도 그렇다. ‘음, 음, 음’ 내밀하게 공간과 사물을 음미하다 보 면 이곳을 어떤 방식으로든 사유하고 싶게 된다. 완연한 겨울이 올 때쯤 으믐에서 맛볼 수 있는 피스타치오 딸기 타르트와 함께 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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