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보헤이커피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결국 드러나는 것이 있다면 시간에 쌓여온 진가가 아닐까.
직접 구운 도자기 잔에 담아주는 카푸치노. 그 한 모금을 머금은 채,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잔의 빛깔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애써 다잡았던 마음의 형상이 흐트러진다.
위로받지 못했던 마음을 어루만진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채비를 마친 사람의 작업은
매몰되지 않기 때문이며, 그 말미에 온전히 자신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와 라떼엔 맛있는 원두와 물, 우유가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 여기엔 오랫동안 커피와 호흡하며 달려온 지난날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리스타 대회 우승자였던 신채용 대표는 그간 다양한 커피를 다뤄왔던 만 큼, 이젠 덜어내고 비워내기를 반복하며 기본에 충실한 커피를 하고 있다.
예술가의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커피는 누구나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철칙은 완고하며, 현실주의자라 말하면서도 파격을 즐기는 행보를 펼친다. 파격이라 말할 것 같으면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카페 소스페소 문화를 보헤이커피에서 진행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누군 가를 위해 결제된 커피가 있습니다. 커피가 필요한 분은 영수증을 떼어 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 트는 나눔과 베풂의 선순환을 위해 시작했다.
매장에서 값진 커피를 경험한 손님이 자신이 마셨던 ‘커피 한 잔 값’을 더 결제하고, 이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커피가 필요한 누군가는 이를 통해 불편한 마음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커피를 매개로 소소한 위로를 건네는 행위. 그토록 애정하는 도자기와 커피 중 “더 좋은 건 당연히 커피”라 주저 없이 말하는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커피는 단순히 맛으로만 평가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상호에 커 피를 넣을지, 카페를 넣을지 고민이 많았다는 그녀.
“커피는 맛, 카페는 공간이 우선인 느낌이잖아요. 편안한 맛과 자연스러운 안식의 공간. 거추장스럽지 않은 보헤이를 꿈꿔요. 그래서 사업자등록은 카페 보헤이, 대외 활동은 보 헤이 커피랍니다.” 평소 스페셜티 커피와 카푸치노를 즐기는 그녀인 만큼 손님들도 이 두 가지를 가장 많이 찾는다. “일반 카푸치노보다 거품이 적고 카페라떼보다는 더 쫀득한 거품을 내서 카푸치노를 만들어요. 매장에서 원두를 직접 볶고 있지는 않아서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원두를 사용하고요. 내가 사용하는 커피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커핑인 것 같아요. 특별한 기술 없이 물에 녹을 때 어떤 맛을 보여주는 원두인지 아는 게 중요하 니까요.”
커피에서마저도 꾸며지지 않은 모습을 중요시하는 그녀는 보헤이 커피가 어느 것에든 진실된 장소라는 걸 가늠케 했다. “음식을 먹을 때나 커피를 마실 때 ‘맛있다!’는 감탄이 나오는 순간은 맛의 균형이 좋을 때인 것 같아 요. 말이 쉽지,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이해하는 것은 제게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죠.”
주문하면 직접 만든 도자기 잔에 커피를 담아 주는 이유에도 사족은 없었다. “예쁘잖아요. 부지런히 수업을 다니면서 구웠어요. 스스로 만족할 만 한 작업물을 만들다 보면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도 어찌저찌 어거지로 완성하면 생각보다 괜찮아요. 작업 일지도 만들었는데 일관적인 재연을 위해 만들었어요. 더 잘하고 싶어요.”
도자기에 대한 조예가 깊어질수록 보헤이 커피는 견고해진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를 물었을 때 “난 유별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하던 그녀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일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이한다.
현대인이 늘 그리워하고, 그리워했던 무언가가 담겨있는 곳.
카페 보헤이 그리고 보헤이 커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