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고요산장
소란한 일상을 담담하게 꺼버린 채 고요를 찾아 떠나온 청년.
그의 커피 밀실에 다녀왔다.
칼리타 드리퍼에서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
찻잔과 포크를 빈티지 접시에 올려놓는 소리,
오붓한 대화 소리 등 이곳에서 흐르던 모든 것들은 각자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소음이 없어서 더욱 치밀하게, 귓가에 와닿는 공명.
이 산장은 아주 신박하고도 진실한 방식으로 재밌고 유쾌하게 고요를 부르고 있다.
‘커피를 내려줄게~ 네가 더 행복할 수 있게~’란 가사의 노래가 있다면 틀어놓고 싶은 이곳. 고요산장 김상운 대표는 “추억되는 장소가 되고 싶습니다. 문득 한 번씩 떠오르는 공간들 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과의 관계’가 인상 깊었던 곳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받았다는 느낌이 들거나, 마스터가 굉장히 친절했던 곳이요. 고요산장도 누군가에게 그런 공간이 되길 바라요.”
누군가는 ‘이탈’이라 불렀다. 외국계 대기업에 잘 다니던 청년의 도 발적인 ‘꿈’을. 고요산장은 ‘좋아하는 일로 100살까지 먹고 살겠다’는 청년의 꿈이 한적한 동네를 감싸는 안온의 ‘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낭만적인 이야기다. 어느덧 3년 차. 형태도 없는 두려움에 담담히 맞서며 마련한 밀실. 이곳에 서 그는 어렴풋이 목표했던 행복의 순간을 조금씩 포착하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단맛이 좋은 커피를 제공하려 노력 하고 있습니다. 개성 있는 커피로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기보다는, 일상에서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내어 드리 고 싶기 때문이에요. 아, 참고로 디저트와의 페어링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현재는 워시드 커피를 더 선호하고 있습니 다!” 룸카페부터 호주식 카페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틈틈이 커피 경력을 쌓아왔던 김상운 대표. 그의 완벽주의적 성 향은 카페를 차린 이후로도 끊임없이 커피를 탐구하는 원동력이다.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난 무엇을 좋아하지?’라고 요. 답은 그때도 지금도 똑같아요. 저는 커피가 좋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얻는 따듯함을 좋아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남들 다 쉬는 월요일에 안 쉬고, 특이하게 매주 목요일마다 휴식을 취하는 고요 산장.
그 이유를 물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근데 쉬다 보니 좋은 점이 많아서 계속 목요일에 쉬고 있습니다. 일 단 다른 카페들은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공부하러 다닐 수 있어요. 대상 없는 싸움에서 승부를 보려면 이 정도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죠.”
객관적인 자신의 모습과 스스로 인지하는 모습 사이에 간극 있다면 이를 개선하려 발버둥 친다는 김상운 대표. 커피와 손님이 그저 즐겁다는 마음가짐이 큰 위기를 회피하기 위함이라 해도 그게 그의 진심이다. “치밀하고 계획적인 접객이 아닌 저희가 가진 습관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태도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끔은 일하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저희는 작은 걸 건네는 것 같은데, 손님들은 되려 더 큰 걸 주세요. 상부상조하는 따뜻한 문화가 고요산장에 깃들고 있어요. 뿌듯합니다.”
이 아름답고 간명한 진심 덕분 에 고요산장은 매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매장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을 물으니 “단골과의 이별이 가장 슬프다”는 촉촉한 소녀 감성의 김상운 대표. 먼 길을 떠나는 단골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붙인 공식 명칭은 ‘고요 졸업생’이다. “좋은 일로 떠나는 거라 마지막엔 서로 응원하며 꼭 안아주었어요.”
바에서 김상운 대표가 건네는 말에 자꾸 피식 웃게 된다면, 당신은 아마 ‘고요 개근생’ 초입부에 들어선 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언젠가 당신이 고요 졸업생이 된다면, 고요산장에 대한 기억이 소실되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아 도 된다. 고요산장은 기억을 추억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으니까.
추억은 당신을 분명 이리로 다시 데려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