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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첩 Aug 09. 2019

너의 첫 비행기 탑승기(1)

가족여행(2)-1

어렸을 때부터 우리 가족 거의 자가용을 몰고 간 여행을 했다. 우리 가족은 그럴 때 차를 집처럼 생각했다. 차에는 연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많이 싣고 다니기 편했고, 우리의 상황이나 연필이의 컨디션이나 요구하는 것에 따라 일정을 조절하기도 좋았다.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가는 여행지는 차로 갈 수 있는 국내, 그것도 내륙이나 다리가 놓여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좀 더 먼 곳을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 우리 가족은 각자 일 때문에, 또는 여행으로 비행기를 탔지만 넷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간 적은 없었다. 우리 가족은 꽤 최근까지 연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러 걱정거리 때문이었다.

그중 하나는 연필이가 탑승구 앞에서 안 들어간다고 버티는 것이었다. 지난 화에서 썼듯이 연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익숙한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제외하고는 뭔가를 타려 하지 않았다.

https://brunch.co.kr/@muistikirja/25


여러 번 상상해본 그 날의 너


비행기를 타는 것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 게 연필이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의 생각이었다. 수속을 다 마치고 짐도 다 비행기에 실어져 있는데, 정작 우리 가족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연필이와 실랑이를 하다가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타는 걸 포기하는 건 여러 번 해 본 상상이다.

그것보다 더 걱정인 것은 얼결에 비행기를 탄 뒤 연필이가 내리겠다고 마구마구 요구하는 것이었다. 연필이가 내리고 싶다고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에서 우리 가족만 내려줄 수 없는데, 내리고 싶은 연필이가 그걸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렇게 떼쓰는 것도 우리만 익숙하겠지, 다른 많은 승객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어떤 개인적 공간도 없는 데에서 막무가내가 된 연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제주도부터 시도해보기


2년 전 봄, 우리는 용기를 냈다. 일단 가까운 제주도를 가자. 짧은 비행부터 우선 시도해보기로 했다.

고민의 시작은 비행기 예매 화면을 띄우면서 시작됐다.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가는 제주로의 출발 시간은 늦을수록 더 줄어드는 셈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출발하는 걸 선택하면 아침에 너무 피곤해서 그 날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공항까지 연필이와 부모님이 오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 될지 모르므로 너무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를 선택해서 부모님께 부담을 지워드리고 싶지 않았다. (당시 이미 나는 결혼해서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었다) 그래, 오전 10시 앞뒤로 출발하는 게 좋겠군.

그 시간대에 출발하는 항공편의 좌석 배치를 보고 있었는데, 양쪽 복도의 가운데에 4자리가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네 명이 함께 앉을 수 있겠군. 다 같이 나란히 않으면 연필이가 불안하지 않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가운데 있는 좌석이니 창 밖을 보면서 무서워할 걱정도 덜한 자리었다. 좌석 지정을 하려고 봤는데, 출발 편에서 지정할 수 있는 좌석이 아주 많이 남아 있었다. 표는 거의 다 팔린 걸로 나왔는데. 화장실 앞 벽으로 막힌 가운데 좌석으로 네 자리를 지정했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같은 걸 하지 못하고 3자리-복도-3자리인 걸로 결제했다. 갈 때 어느 정도 적응됐을 테니 올 때는 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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