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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첩 Oct 04. 2019

쿠폰 주세요

오해 또는 편견들(4)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는 일종의 ‘세트’(?)다. 장애인이 어딘가를 가고, 무언가를 이용할 때 혼자 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함께 하 때문이다. 연필이도 그런 이유로 부모님 (또는 아주 가끔 나)이 함께 하는 것이니 우리 역시 하나로 묶여 배려를 받는 일이 있었다.

하나의 ‘세트’로 여겨지는 것이 가끔 불쾌하고 문제가 될 때가 있다. 함께 다니는 보호자 역시 장애인과 똑같이 여기며, 단순히 장애인 ‘취급’에서 끝나지 않고 장애인에 대한 ‘무시’가 장애인은 물론 보호자에게까지 향할 때다.

어렸을 적, 엄마가 연필이와 외출을 하고 와서 “애가 모자라 보이니 엄마도 모자라는 줄 아나 봐”라는 말을 했던 날이 있었다. 모자라다는 건 좀 거친 표현이지만, 연필이가 비장애인처럼 사고하거나 이해를 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얕보고, 그 아이 옆의 보호자도 무시한다는 말이었다. 세상엔 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 오늘 엄마가 그냥 별스럽게 무식한 사람을 만났겠지,라고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어쩌다 한 번 마주친 사람들은 물론 수시로 맞닥뜨리는 사람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뭐가 복잡하단 걸까


아주 오래전, 연필이와 카페를 갔을 때다. 내가 새로 발견한 아지트 같은 곳이었고, 그곳 케이크가 맛있길래 연필이를 데리고 갔었다. 나는 가면서 연필이에게 네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으러 간다고 말해주었다. 앞에 주문하는 사람이 있길래 연필이와 그 뒤에 줄을 섰다. 어떤 음료를 행사 중이었는데 점원은 그걸 포함해서 음료 두 잔을 마시면 무슨 쿠폰을 준다는 걸 앞사람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행사 음료 한 잔과 연필이가 좋아하는 음료 한 잔 마시고, 케이크 주문하면 되겠다, 싶었다. 연필이와 내 차례가 되고 주문을 했는데, 내게는 쿠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음료는 행사 음료 아닌가요? 이거랑 음료 한 잔 더 마시면 쿠폰 주시는 거 아니에요?”

“어, 오늘은 못 써요. 복잡한데.”

그러고는 주문이 끝났다는 건지 진동벨을 내밀었다. 아, 혼자였다면 주문 취소하고 나갔을 텐데. 연필이는 내 옆에서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을 생각에 엄청 눈을 반짝이며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한 번 참고 말했다.

“쿠폰 주세요.”

점원은 오늘은 못 쓴다는 말을 하면서 계속 연필이를 힐끔거렸다. 얌전히 서서 작은 소리도 내지 않는 연필이는 그런 점원의 시선을 못 느끼는지 쇼케이스에 든 케이크만 조용히 보고 있었다. 점원은 내가 몇 초간 쏘아보자 쿠폰을 꺼내면서도 연필이를 힐끔거렸다.  그 쿠폰은 다음번 방문 때 할인을 해주는 쿠폰이었다. 점원은 엄청 천천히 내게 말했다. 3일 안에 쓸 수 있고, 오늘은 못 쓴다고. 대체 뭐가 복잡하다는 거지?

직접 음료를 가지러 가는 카페인데도 굳이 우리 자리로 가져다준다던 곳이 있었는데(연필이가 음료 받아오는 걸 연습해봐야한다는 이유로 내가 거절했다),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다. 점원의 태도 때문에 꼭 받아야 할 것 같아 받았지만, 그 쿠폰을 쓸 일은 없었다. 3일 안에 다시 가서 팔아줄 만큼 별 일 아닌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얼마 되지 않아 그곳은 없어져 버렸다. 

만만하고 무시당하는 상대가 된다는 것이 참, 속상하다. 그것이 내 가족의 장애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내 가족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더 속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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