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하다 모르던 이상을 알게 된 적이 있다. 외래 진료와 검사를 추가로 받았다. 이후로 몇 년째 특별히 치료를 하고 있지 않지만 계속 관찰하고 있다. 아마 검진을 하지 않았다면, 그러다 아주 병이 심해지면, 그때 검사를 해 보고 치료를 했으려나. 원래도 잔병치레를 많이 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신경을 쓰고 돌봐야 하는 것이 계속 늘어나겠지.
연필이도 마찬가지일 텐데. 나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을 때마다 연필이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된다. 기계에 얼굴을 대고 눈을 깜박이지 않고 바람이 나오는 곳을 쳐다볼 수 있을까? 가슴을 납작하게 찍어 누르는 고통을 참으며 잠시 가만히 서 있을 수 있을까? 위 내시경은 수면으로 하면 자는 것 같이 잘할 수 있으려나? 초음파 기계가 배에 닿을 때 의사의 지시에 맞춰서 배를 볼록하게 부풀릴 수 있을까? 그러다 이상이 발견돼서 조직을 채취하거나 시간마다 어떤 것을 쟤는 걸 해야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연필이는 정기적으로 간단한 검사를 한다. 혈액 검사와 흉부엑스선 촬영, 소변 검사 같은 것들이다. 무서워하지만 피를 뽑을 때 난리를 피우진 않는다. 치과 검진도 어렸을 때부터 다녀서 그런지 이제 스스로 치과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연필이는 이제 간단한 아픔을 말할 수 있다. 배나 머리 등, 어딘가 통증이 있는 부위를 가리키며 아프다는 말을 할 줄 안다. 부모님은 연필이가 화장실만 자주 가도 혹시 방광염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연필이를 신경 써서 살핀다. 스스로 꼼꼼하게 이를 닦지 못하는 연필이의 치아를 매번 전동칫솔로 꼼꼼하게 닦인다. 연필이는 충치는 물론 치석 조차 거의 없다.
그렇게 기본적인 검사라도 꾸준히 하고, 부모님이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 지금, 아직까지는 많은 나이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지낸다.
네가 아픈 걸 알아내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통증 외의 이상함을 느끼고 병을 의심하고, 병원을 가는가. 연필이는 그런 자세한 말을 하지 못한다. 보호자가 보고 이상해 보이면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는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검사를 받기 위해서도 비장애인들은 잠깐 받으면 될 것을 움직이면 안 되는 등의 이유로 수면 상태에서 하거나 마취를 하기도 한다. 병을 의심하기까지도 힘들었는데, 그것을 알아내는데도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부모님도 점점 나이가 든다. 본인들의 몸도 계속 나이 들며 연필이를 세세하게 챙겨주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겠지. 어느 순간이 오면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아니, 애초에 아무리 잘 살펴본다고 해도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더 잘 알 수는 없는 거니까.
연필이가 주간보호센터에 다닌지도 10년이 넘었다. 전에는 다녀와서 간식도 먹고 이것저것 꺼내 집도 어지르고, 티브이도 보고, 이 방 저 방 왔다 갔다 했었다. 엄마 말로는 요즘 센터에 다녀오면 힘든지 저녁 먹기 전에 낮잠을 조금씩 잔다고 한다. 차가 조금 막혀서 집에 늦게 도착하면 집에 가는 차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더 늙을 것이고, 연필이와 나는 더 자주, 여러 곳이 아프겠지. 부모님이 연필이를 돌볼 수 없을 때가 오면, 나는 연필이가 아픈 걸 어떻게 알아채고 잘 고치며 살 수 있을까. 네가 아플 때 나도 늙을 테고, 나도 아플 수도 있는데. 그러면 누가 널 돌봐야 할까. 아직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