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와외출
정상적인 생활이 1년 이상 불가능한 중이다. 지난해 연필이는 최소한의 외출만 했다. 다니던 주간보호센터도 정상 운영을 못 하고 있다. 연필이는 한동안 센터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지금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틀에 한 번 가고 있다. 거기에 연필이가 꾸준히 큰 병원을 다니게 되었다. 부모님은 연필이의 건강이나 안전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외출에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못 한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연필이는 뭔가가 하고 싶으면 “코로나 끝나면”이라는 말을 붙이고 하고 싶은 걸 말한다. 설명을 해 줬지만, TV에서 항상 나오는 말이지만 연필이는 아마도 정확히 코로나가 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외출을 잘 못해서 그런지 연필이는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많았다. 당연했다. 연필이가 좋아하는 것들- 외식하기, 쇼핑몰 가기, 리조트에 친척들이랑 놀러 가기 같은 걸 못했으니까. 마스크를 쓰고 공원에 운동하러 가는 것 정도만 거의 매일 하던 연필이는 이제 공원 가는 걸 엄청 싫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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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진료를 보러 큰 병원에 한 번씩 가야 한다. 어릴 때는 큰 병원에 간다고 하면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긴장을 해서 손이 차가워지고,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안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 말로는 요즈음은 비교적 잘 하고 온다고 한다. 엄청 오래 기다리는데도 얌전히 마스크를 쓰고 소독 티슈를 손에 쥐고는 기다린다고. 나는 오히려 너무 긴장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했는데 엄마 말로는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고 한다. 다녀오면 생기가 있다는 말도 했다. 아마도 사람 많은 곳에 갈 일이 없다 보니 병원에 가는 것도 좋았나 싶다.
센터에 가는 것도 한 동안은 지루해했었다. 몇 년을 다닌 곳이고 코로나 직후로 외부 활동이나 외부에서 선생님이 오지 못하니까 프로그램도 지루하다고 느꼈을 거다. 하지만 한참을 안 가다가 가니까 좋아하는 것 같다.
누군가랑 서로와 가족의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이제 연필이가 병원 가는 것도 좋아한다고 하자 “자폐장애인데 나가는 걸 좋아하냐”는 질문을 들었다. 자’폐’ 라는 말을 들으면 방에서 문을 꽁 닫고 나가는 걸 싫어할 것만 같다면서. 물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자폐성 장애인도 있겠지만, 연필이는 밖에 나가는 걸 어릴 때부터 아주 좋아했다. 학교를 가지 않는 방학 때 눈만 뜨면 나가자고 했으니까. 엄마는 그런 연필이를 차에 태워 여기저기를 다녔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차를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데에 연필이가 나가자고 조른 게 한몫을 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