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나서 이런저런 온라인 사이트나 플랫폼에서 결혼을 할 수 있을지 묻는 글들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나는 ‘당연하지, 뭘 이런 걸 굳이 물어보기까지 한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댓글 등을 보다가 내가 너무 뭘 몰랐나 싶었다. 그중에는 담담하게 현실을 말해주는 것들도 있었지만 마음에 생채기를 낼 법한 것들도 있었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을 20대의 어느 때에 그런 댓글을 읽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울적해졌을까? 지레 의기소침해졌을까? 실제로 내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를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는데. 사실은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걸까? 내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다가, 이런 익명의 공간에서는 솔직한 마음을 꺼내 보이는 걸까?
물론 결혼할 상대방에게 장애인, 특히 소통이 되지 않고 밥을 먹거나 씻는 것 같은 일상적인 일들도 혼자 제대로 하기 힘든 그런 장애인 형제자매가 있다면 마음이 쓰일 것이다.
결혼할 상대를 찾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선호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집안에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는 것, 자신과 다른 종교, 가족 간의 화목하지 못한 관계 같은. 혹은 이런 것들이 여러 가지 섞여 있는 상태. 이런 것들은 상대에 따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도, 엄청 부담스러워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발달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것도 이렇게 선호하지 않는 것들에 묶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다른 선호하지 않는 점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결혼을 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거고, 별로 크게 고려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거다. 그건 결혼할 상대방의 상황, 그리고 발달장애인을 형제자매로 둔 당사자의 상황 등에 따라서 달라질 거다.
발달장애인을 형제자매로 둔 건 나를 이루는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여러 요소들로 이뤄진 나를 사랑하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다. 물론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그냥 그런 거다. 장애인 형제자매가 없고, 결혼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기도 하니까.
결혼은 선택이니까, 굳이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발달장애인 형제자매가 있다고 지레 움츠러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