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주장"은 사건 첫 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민입니다. 무죄(무혐의) 주장 여부에 따라 향후 변론의 방향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신중하되 과감하고 조속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무죄 주장은 유불리가 아니라 "나는 무죄이다"라는 자신의 판단을 언급해야 할 것인데도, 실제로 의뢰인들은 "유리하냐"라고 많이들 묻습니다.
"나는 결백하다"만 주구장창 외치면 간단할 것 같은데 유리할지 여부를 왜 고민할까요?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재판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본능적으로(?) 아는 겁니다. 무죄 주장이 실패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서 말이지요.
원래는 무죄를 주장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면 안 됩니다.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사람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는 헌법상 권리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판결문에 양형판단의 근거로 당당히 기재되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하였고…' 등의 많은(그리고 중요한!) 사유들은, 결국 무죄 주장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 심지어 모순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유무죄에 관한 사실관계 인정과 양형심리가 분리되는 공판절차의 이분화 혹은 양형심리 절차의 분리는 여전히 논의 중입니다(그나마 공판절차의 이분화 논의에 가장 가까운 것이 국민참여재판입니다. 유무죄 판단은 배심원이 하고 양형은 권고안을 제출하되, 실제 양형은 전문법관이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무죄 주장을 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법리상의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예 : "피고인의 행동은 크나큰 실수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환관리법이 ~한 행위만 처벌할 뿐 ~한 행위는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피고인은 무죄입니다)에는 시도해볼 만하고, 실제로 그렇게들 많이 합니다.
하지만 "결백하다, 억울하다"라는 취지의 무죄 주장은 "반성하지만, 무죄이다"라고 말하기엔 좀 어렵습니다. "나는 절대 저 사람을 때리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어쨌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양형에 참작되지도 않을뿐더러 결백하다는 주장까지 의심받을 수 있지요.
요컨대 논리적 비약을 감수하고 거칠게 표현하자면, 피고인의 무죄 주장은 '그냥 처음부터 다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양형에서 선처받을 기회'를 날려버릴 위험을 감수하는 결단(!)입니다.
비교적 무죄 주장의 부담이 덜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용금사기가 그렇습니다. 너무 악의적인 경우(아이 병원비라며 빌려갔는데, 아이는 병원 근처에도 간 적 없고, 바로 다음날 카지노에서 탕진한 경우) 말고, 좀 애매한 사안에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사업이 어려워서 직원들 월급 준다고 빌렸는데, 하필이면 다음날 거래처 사장이 찾아와 물품대금부터 갚은 경우와 같이 애당초 안 갚을 의도로 속여서 편취했다고 보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어 보이는 사안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 정말 갚으려고 했다. 월급 주려고 했는데 급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라고 주장한 후, 피해자에게 피해회복도 하고, 판사님께 "판사님, 어찌 되었든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여기저기 땡겨서 돈도 일부 갚았고 앞으로도 잘 갚을테니 제발 선처해주세요."해볼 수 있지요.
반대로 무죄 주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고민되는 사안도 있습니다. 성범죄의 경우 그렇습니다. 친고죄가 많이 사라진 이후에도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에 있어 여전히 중요합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합의 하에 한 성관계냐에 대한 판단이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이 있더라도 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은 커다란 모험입니다.
그렇다면 합의가 최선이냐? 글쎄요. 성범죄 사건 중에는 고소인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거나 다른 이익을 취하기 위해 거짓으로 고소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래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소인은 고소인을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경우가 많지요. 검사나 판사도 실무에서 피해자가 거짓말하는 것을 많이 보기 때문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공을 많이 들입니다. 이 말은, 달리 말하면 다퉈 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자, 혼란스럽게 해 드리지요.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억울하고 다른 객관적 증거가 부족해도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기소되거나 유죄가 나올 수 있다. (○)
성범죄는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무고의 소지가 많아 피고인이 적극 다투고 피해자 진술의 모순과 거짓말을 밝히면(신빙성을 탄핵하면) 무죄를 기대해볼 수 있다. (○)
둘 다 맞는 말입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억울해도 인정하고 합의하란 말이냐, 아니면 적극 다투라는 말이냐?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변호인이 대신 판단을 내려줄 수는 없습니다. 고통스럽겠지만 이는 오로지 사실을 경험하여 그 미세한 차이를 알고 있는 의뢰인의 몫일 따름입니다. 이른바 결단입니다. 직접 상황을 겪어본 사람은 오로지 의뢰인뿐이며, 무죄 주장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감당할 이도 의뢰인이기 때문입니다.
의뢰인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인지 '변호인' 하면 법정에서 검사와 논쟁하고 배심원에게 명연설을 하는 모습, 또는 열세에 몰렸을 때 "짠!"하고 결정적 증거를 내미는 모습들을 상상하는데,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수사에 관여한 바 없는 공판검사와는 논쟁하고 싶어도 "확인해 보겠습니다"는 답만 들을 것이고, 판사에게 명연설을 한들 기록과 무관한 내용이라면 별 관심이 없을 겁니다.
유능한 형사변호인이란 수사 초기부터 적극 개입하여 불기소를 이끌어 내거나, 적어도 재판에 갈 경우를 대비해 '무죄가 나올 수 있는 기록'을 만들어내는 변호사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사건 초기에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무죄 주장을 할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는지, 우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증거가 무엇인지 모두 파악한 후 사건 초기부터 일관된 주장을 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수임을 위해 의뢰인에게 희망만 심어줄 것이 아니라, 예측되는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모두 알려주는 것입니다. 의뢰인과 변호인은 서로 공감하되 각자의 위치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마음속 생각을 숨기지 않고 소통해야 비로소 신뢰가 생겨납니다.
첫 상담에서는 의뢰인의 변호인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에서 본 판단만을 말씀드립니다. 사실관계, 증거, 의뢰인의 설명을 다 들은 후 "이 정도 증거면 다른 사건 경험에 비추어볼 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식입니다.
그리고 가급적 피해자나 검사, 판사의 입장에 선 시각도 충분히 설명합니다. 피고인에게는 듣기 싫은 소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형사사건 특성상 의뢰인 또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불리한 사실을 숨기는 경향이 있어, 상담 중에 의뢰인을 공격하는 질문도 많이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뢰인은 자신의 주관적 판단과 외부의 시각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
최근 어떤 상담에서 의뢰인이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다 알겠는데요, 변호사님. 제가 희망을 가져도 될까요?"
답을 드립니다. "변호인이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실력있는 변호사고,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를 장담하거나 희망을 먼저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의뢰인이 다시 말합니다. "잘 될 거라고 딱 한 마디만 해 주시면 바로 선임계약서 쓰겠습니다. 그 정도는 해 주실 수 있잖습니까"
결국 그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지요. 의뢰인은 선임계약서를 쓰지 않고 상담을 마쳤습니다.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이냐, 어떤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냐의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변호사가 아무리 성심성의껏 사건을 대하더라도 당사자 본인만큼은 절실할 수 없습니다. 무죄 주장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전문가라고 해서 남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 난무하는 잘못된 정보와 속임수를 걸러주고, 결정에 필요한 조언을 제대로 해 주는 것, 의뢰인이 망설이는 고민의 과정을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직면하도록 하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별 고민 없이 무죄 주장을 '던져 보는' 피고인들도 있습니다. 주로 변호인이 없거나 정식재판청구 사건이거나 국선변호사건에서 자주 접합니다. 판사님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물어보면 애매하게 답합니다.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피고인 : 정말 제가 요즘 직장도 잃고 힘들다 보니 그랬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판 사 : 그럼 공소사실을 다 인정하는 것인가요?
피고인 : 저는 좀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판 사 : (들어주다가 적당히 끊고) 그럼 무죄를 주장하는 것인가요?
피고인 : 꼭 그렇다기 보다는 좀 억울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태도는 좋을 것이 없습니다. 피고인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판사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초기 단계에서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이와 달리 피고인으로서는 "무죄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라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판사의 머리 속은 그리 간단하지도 친절을 베풀 생각도 없습니다. 재판부는 자백사건의 경우 양형만 고민하면 되지만, 무죄 주장이라면 증거인부에 증거조사에, 증인신문을 거쳐 유무죄 여부 판단에서 무죄 판결문을 쓰는 생각까지(요즘은 무죄판결문이라고 예전처럼 장황하지는 않습니다만) 일이 복잡합니다.
그리고 판사도 사람인지라, 피고인이 하도 억울하다 해서 기록이나 증거를 꼼꼼히 다시 살펴보며 고민했는데 나중에 유죄의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면 눈에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결국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공판 초기에 공소사실 인부에 대해 얼버무리는 것은 피고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확실하게 그 주장과 근거를 대고, 그렇지 않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양형에 참작할 사유 등을 집중해서 주장하는 것이 낫습니다.
변호사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원래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 :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인데,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을 비꼰 것입니다.
일단 기소가 되면, 피고인의 절대 다수는 유죄 판결을 받고, 아주 예외적으로 특별한 경우에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무죄판결 받으면 주위에 자랑도 하고 술도 한 잔 하고 그럽니다.
사실 변호사의 입장에서 무죄 주장시 감당해야 할 위험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피고인의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법현실을 보면 1심 무죄율이 체감상 1%도 안 됩니다(대검찰청 통계 기준). 그리고 일반인들이 말하는 소위 "괘씸죄"라는 것에 대해 선뜻 "그런 거 없습니다"고 단언하지 못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무죄 판결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길게 썼습니다. 충분한 고민을 했다면, 일단 무죄를 주장하기로 결정한 이상 다음과 같은 과정을 필사의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1) 가장 중요한 것 : 진술의 일관성
'진술의 번복'은 치명적입니다. 결백하다면 사실만 말하면 되는데 진술을 번복할 일이 있겠냐 싶겠지만, 생각보다 사람은 심약한 존재입니다. 죄짓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살면서 경찰서 법원 같은 곳을 드나들 일이 없기 때문에 처음 가면 무척 긴장합니다.
그리고 수사관은 아무 생각 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닙니다. 여러 군데 함정이 숨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내 말의 앞뒤가 꼬여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백하다고 해서 자신만만해서는 안 됩니다. 말을 길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법리적 주장(무죄이다)을 번복하는 것과 특정 진술 자체를 번복하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피고인은 법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수사나 재판의 압박감 때문에, 혹은 선처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경솔하게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다 인정할 테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이 경우 변호인이 선임된 후라면, "피고인은 반성의 취지로 다 인정한다고 답하였지만 법리적으로 ~한 점 및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무죄입니다"라고 법리적 주장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로 많이 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피고인의 진술 자체가 번복되는 경우는 그 실수를 주워 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날 같이 술을 먹기는 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만난 적도 없다"고 해 버리면, 그 부분만이 아니라 피고인의 진술 전체가 거짓말로 의심받습니다.
재판부가 심리 도중에 피고인에게 그 전에는 수사기관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순간, 가슴이 철렁합니다. 지지 않겠다고 재판부의 날선 질문에 논점에서 어긋나는 정황사실만 장황하게 변명하는 피고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입니다. 침착하게, 증거를 제시하며 논점에 맞게 조목조목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2) 최우선의 목표는 불기소
무죄판결률이 체감상 1%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전력을 다 해야 할 부분은 재판보다는 오히려 수사 단계입니다.
경찰 수사관이나 검사에게 '이 사건 기소하면 무죄받을 수도 있겠는데'하는 불안감(?)을 줘야 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하건, 피해자와 합의를 하건 가급적 수사단계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사기죄의 경우 재판 단계에서 합의하더라도 양형에서 선처를 받는 정도이지만, 수사단계에서 형사조정을 통해 합의하면 경우에 따라 기소유예도 가능합니다. 나의 무죄 주장에 검사가 코웃음을 친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방어로는 부족하다 : 적극적 증거수집과 제출
피의자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수사기관의 질문에 변명하고 부인하는데 급급하다는 것입니다.
불기소를 받고 무죄를 받으려면, 수사기관이 가진 증거(물적 증거, 피해자 진술, 피해자에 우호적인 증인의 진술)를 반박(탄핵)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적극 제출해야 합니다. 최소한 새로운 해석 가능성이라도 제시하여 수사기관의 심증을 흔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수사기관이 "이거 무죄받을 수도 있겠는걸"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기소 의견인 수사기관의 심증은 피해자 진술이 다소 부정확하고 일부 모순된다고 하여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유죄 심증이 틀릴 수도 있다는 물적 증거가 필요합니다.
한국 문화상 "官"의 행위에 순응하고 알아서 해 주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사에 있어서는 그러면 안 됩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고소인이든 피고소인이든 '경찰, 검사가 찾아야 할 증거까지 내가 다 알아서 찾아서 가져다 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합니다.
4) 미리 공격받아보는 연습을 한다.
첫 경찰조사 전에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의뢰인들은 "무죄 나올 수 있을까요?" "집행유예(혹은 징역형) 나올까요?" 하는 데만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데, 사실 그런 예측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 경험 있는 변호사라면 다들 비슷한 예측을 할 것입니다("이 정도 피해액이면 벌금형 기대는 어렵겠네요" 등).
그리고 벌금과 징역형,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건은 변호사 100명이 예측해봤자 여론조사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판사의 재량에 달린 겁니다. 변호사들끼리 하는 말로 유독 "형이 세게 나오는" 재판부가 있습니다. 과장하면, 의뢰인의 운입니다.
변호사에게 얻어가야 할 것은 그런 단편적 예측이 아닙니다. 실제로 자신이 맞닥뜨릴 조사에 구체적인 도움을 받아야지요. 정식으로 변호인으로 선임하여 변호사 입회 하에 수사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한, 두 시간 상담을 통해 경찰 조사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설명을 듣고, 실제로 경찰 수사관이 하듯이 공격받아봐야 합니다. 그래야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습니다.
5) 함부로 피해자나 검찰측 증인과 접촉하지 않는다.
수사 중이든 재판 중이든 피해자나 검찰측 증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회유하려 했다고 오해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더라도, 직접 연락해 따지거나 싸움을 하면 안 됩니다. 감정을 추스리고 오로지 상대편의 주장을 탄핵할 반대 증거와 우호적 증인을 찾고 설득하는 데만 집중하도록 합니다.
만약 그쪽에서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돈을 요구하거나 싸움을 걸어온다면 맞대응하지 말고 조용히 증거를 남겨두면 됩니다. 우리에게 다시 없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무죄 주장의 '득실'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변호사로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국선변호사건의 경우 괜히 자백을 강요한다고 오해받을까봐 피고인에게 말 한마디 꺼내기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판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고민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행위가 유죄인지 여부는 재판 절차를 통하여 비로소 확정되는 것인데, 수사기관이 예단한 기소의견의 심증이 법원을 거쳐 유죄로 추정되는 현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고민입니다.
참고를 위해 경찰 조사를 받기 전에 읽으면 도움 될 만한 저희 브런치 글을 링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