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비료가 되어
글을 써 내려가는 일은 나에게 오랜 취미이자, 작은 습관이다.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노트를 펴고,
그 안에 흘러가는 감정을 붙잡아 둔다.
그런데 요즘은 글을 쓰는 일이 조금 무서워졌다.
내가 써 내려간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면,
그 안에는 언제나 망가진 내가 서 있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서 꺼내지 않으려던 상처,
말로는 다 하지 못했던 후회들이
어김없이 글 속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나는 가끔,
글이 나를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밝은 글을 써보려 노력해본 적도 있다.
좋았던 일, 웃었던 날, 작은 평온을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문장은 금세 무너졌다.
단어 하나에도 어둠이 묻어 나왔다.
그럴 때면 글을 쓰는 행위가
마치 떨어진 낙엽을 밟는 일처럼 느껴진다.
사각거리는 소리 속에서
내가 흩어지고 부서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 한켠이 조금은 편해진다.
낙엽은 썩어 흙이 되고,
그 흙이 또 다른 나무를 키우듯,
망가진 글도 언젠가는
새로운 나를 자라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무겁고,
때로는 지독히 어두운 마음을 품은 채 글을 쓴다.
하지만 그 어둠을 견디며 쓰는 일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일이라 믿는다.
이 밤도 잠은 오지 않지만,
나는 조용히 펜을 든다.
비록 망가진 글일지라도,
그 글 속에서 조금씩 나은 내가 되어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