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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Nov 27. 2023

그 와중에 직장생활

고개를 돌려 홍대리를 바라보니, 그는 미리에게 손가락을 머리에 갖다대며 어디가 아프냐는 눈빛으로 미리를 보고 있었다.

 

“홍대리. 아 아냐. 나 괜찮아요.”

그녀는 고개를 다시 돌려 자신의 모니터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상구 문을 젖히고 건물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리의 사무실은 6층에 있었고 35층을 올라가면 옥상 테라스가 있었다.

“휴”

거친 숨을 몰아쉬니 차라리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진 듯 했다.

고개를 올려다 본 하늘은 어느 때보다 맑고 파랬다.

미리는 하늘을 보며 읇조렸다.

“이렇게 한 사람한테 예의없이 개무시를 해도 되는건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다고. 차라리 이유라도 알려주던지.”

금형에 대한 분노는 그녀가 바라보고 있던 새파란 하늘의 존재를 잊기에 충분했고, 이제는 더 이상 그 하늘을 느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메시지를 보내지 말고 나쁜 놈이라고 혼자 결론 내리고 끝낼 걸 그랬나봐.”

아침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후련했지만, 점심이 지나도록 읽지도 않는 그를 보자니 더더욱 화가 났다.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꺼내 전화에 뜬 번호를 확인했다.

이번에도 금형은 아니었다. 고부장의 전화였다. 그것 역시 놀랄 만 했다.

“네 부장님.”

“황미리 과장. 지금 어디죠? 이번 5월달 고객사 동향 보고 자료 한번 봅시다.”

 

미리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눌러 사무실로 돌아가 피피티 자료를 프린트한 후 고부장에게 향했다. 

그럴 때 그녀는 꼭 벌받기 전에 몇 대나 맞을까 계산하는 심정이 되고 만다.

고부장이 안경을 머리 위로 올리고 미간을 찡그리며 피피티 자료를 하나 둘 넘기기 시작했다.

부장이 자료를 한 장 씩 넘기며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미리도 같이 눈을 움직였다.

속으로 숨을 죽이고 침을 삼키며 “제발 나 지금 힘드니까 나한테 더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라며 저도 모르게 기도를 했다.

 

“아니 황미리 과장, 이거 내가 몇 번을 말했나. 4번 항목 월별 시장동향 분석 그래프 이거 똑바로 보기좋게 못하나? 수치도 틀렸구만. 다시 수정해서 올리라고.”

 

그녀는 자리로 돌아와 엑셀 파일을 열어 5만행이 넘는 데이터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마무리짓고 다시 부장에게 자료를 보일 엄두가 안났다.

“이거 잘못되서 또 혼나면 어쩌지.”

 

모니터를 다시 바라보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 짓는데 다시 금형이 떠올랐다.

“오늘은 이상한 두 남자들이 나를 종일 괴롭히네.”

어이없는 실소가 나왔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팔뚝을 쿡 찌르는 뭔가가 느껴졌다.

“과장님, 오늘 술 한잔 하시죠.”

홍대리가 손으로 소주잔을 꺾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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