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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Nov 13. 2023

이 남자는 왜 그럴까요?

미리는 금형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표정이 왜그러세요? 간밤에 잠을 못 잔 얼굴이군요."

"아 네. 요새 좀 생각이 많아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있네요. 그러다보니 체력도 좀 떨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미리는 금형이 무슨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는지 궁금했다. 그를 안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부쩍 가깝게 지내다보니 그에 대한 호감이 생긴탓에 온 종일 그를 살펴보는 취미가 생겼던 것이다.


미리와 금형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미리는 그의 얼굴을 온 종일 살필 수 없었다. 

그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카톡이나 프사로 안부나 근황을 확인하고, 주말 얼굴을 보는 날엔 그녀의 두 눈으로 금형의 상태를 가득 담아갈 수 있었다.


그날은 금형의 얼굴을 2주만에 보는 날이었는데, 유독 쾡해진 금형의 얼굴이 미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금형은 쉽사리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타입의 무척 과묵한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그를 만나는 마음은 맑은 하늘에 둥실 떠다니는 구름처럼 가볍고 화창했지만, 금형의 얼굴을 보고난 후 미리의 마음도 그리 밝지만은 못했다.

기대하고 예약을 해뒀던 돈까스 집에서 그를 만났다.

두툼하고 신선한 돼지고기를 잘라 한 조각 내밀어 봤지만, 금형은 쑥스럽다는듯이 그녀의 눈을 잠깐 스치고 이내 아래로 내리깔았다.

한달 전에 친구와 이 돈까스를 먹었을 때는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었는데, 마주앉은 금형의 반응이 텁텁하니 그 날의 감격스런 맛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미리는 헤어지고 나서 금형의 얼굴을 내내 떠올렸다.

그는 왜그리 근심어린 얼굴로 수척해져 있을까. 혹시 나 때문일까.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이 너무 답답했다. 그녀는 그런 그가 걱정이 되어 몇번이나 대화를 시도했다. 

카톡으로 그리고 이모티콘으로, 어떤 때는 도움이 될만한 영상을 보내면서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금형은 보통 그녀가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는 카톡도 문자도 어떤 짧은 메세지라도 남기는 법이 없었기에 미리는 불안에 떨며 이런 저런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써본 것이다.

그러나 금형은 여전히 짧은 대답 "네. 그래요" 정도로 돌아오는 게 전부였다.


미리는 그날 금형처럼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금형이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표현을 하지도 않으니 풀 열쇠가 없었다.

"내가 맘에 들지 않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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