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는 밤새 고민을 하다가 부시시한 얼굴로 다음날 아침 금형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금형님은 참 마음을 알기가 어려운 사람이네요. 저랑 같이 보내는 시간들이 의미가 없으신가봐요. 솔직히 금형님에게 실망했어요."
미리는 금형에게 메시지를 보내고나니 차라리 속이 시원했다. 그간 고민하고 곱씹고 내내 속태웠던 것들을 바깥으로 표출하고 나니 그녀의 마음 속이 먼지를 털어낸 듯 맑아졌기에 조금 숨통이 틔였던 것이다.
“아 오늘은 하늘이 파랗네.”
그제서야 미리는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리가 그런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사실 그의 속 마음을 표현해 달라는 의미가 컸다.
해답은 아니어도 그에게 최소한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문장 길이로 답변을 받았으면 했다.
그러면 그 자체로 금형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시 그에게 온전한 관심과 집중을 쏟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정말 그러기를 바랬다.
처음에 메시지를 보내고나서 시원했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자 점차 불안으로 다가왔다.
오전 11시가 다되어 가는데 금형은 메시지를 읽지도 않았다.
“아니 내가 이정도까지 마음을 표현했는데 사람이 너무한거 아닌가?”
그녀는 또다시 애가 타기 시작했다.
이전에 서운함 정도였다면 지금은 화가 나기 시작했고, 주변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 이런 상황임을 설명하면서 금형의 태도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확인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저히 그에게 어떻게 해야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어찌됐든 좋다거나 싫다거나 표현이라도 해주던지,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됐는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길 바랬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헛된 꿈이란 걸 알았다.
그녀는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리 옆자리의 홍대리가 그녀를 힐끗 보며 말을 했다.
“과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꼭 화난 사람처럼 키보드를 두드리시는 것 같아서요.”
보통은 회사에서 서로 예의를 지키고 속내를 표현하지 않기에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없는데, 유독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홍대리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 덕분에 그녀는 다시 이성을 차리고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