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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Jan 12. 2024

34. 출중한 실력의 이대남들

우리와 같은 조가 된 두 명의 이대남은 특히나 우리 반 전체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머리 속에 회로가 켜진듯 재료 계량에서부터 반죽기 사용, 개수대까지의 이동거리를 효율적인 동선으로 빠르게 움직였고, 무엇을 하던 손이 그렇게 빠를 수가 없었다.

남자라 손이 둔탁해서 빵이나 제과류 반죽을 엉성하게 할 줄 알았는데 섬세하면서도 균일하게 잘 맞춰 성형을 하는 것이었다.

같은 조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날이 거듭될 수록 그들에 대한 과거가 더욱 궁금해졌다.

"도대체 하고 살았길래 저렇게 잘하지?"

능수능란한 그들을 보며 필기시험에 합격해 얻었던 자신감이 조금씩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계란을 많이 쓰는 제과 수업이 있던 날 문신남은 내게 계란과 스텐 보울을 내밀면서 말했다.

"반찬님은 자신감을 좀 가져도 될 거 같아요. 계란 깨면서 연습해보세요."

난 그 문신남처럼 빠르게 잘 깰 자신이 없었지만 앞에 놓인 수북한 계란과 스텐 보울을 보며 거부할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그래. 해내야돼."

누군가에게는 계란 깨는 일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내게는 큰 과제로 느껴졌다.

게다가 다들 내가 계란 깨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평소에 집에서 계란후라이 할때 툭툭 깨며 잘 해먹었던 기억도 달아나 버리고, 낯선 계란만 더 크게 확대되서 보였다.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기에 하나 둘 계란을 깨서 스텐 보울에 모으기 시작했다.


보통은 뭘 하던 자신감없이 삐죽거리지 않는 편인데 계란 깨는 일이 이렇게나 나를 소심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그 날의 수업 이후로 제과 과정이 끝날때까지 나는 제대로 기를 펼 일이 없이 그들과의 실력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유지했다.


우리는 수업시간 틈틈이 밀가루를 만지다가, 재료를 계량하다가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더 없이 평화롭고 기분좋은 분위기 속에서 지낼 수 있었다.

어느 날 나는 그간 참았던 궁금증을 더이상 누르기 힘들어 질문을 내뱉었다.

"영훈님. 전에 요리나 요식업계 일 하시지 않았어요?"

역시나 문신남은 요식업계에서 일하던 경력이 있었고, 간간히 듣는 그의 커리어는  우리 실습 수업에서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일치했다.

게다가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자기 확신과 미래에 대한 목표가 명확했다.

그런 사람은 오랜 직장생활에서 볼 수 없는 유형의 인간이었기에 신기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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