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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Jan 18. 2024

35. 난생 처음 실기시험

하얀 얼굴에 선한 눈빛을 지닌 또 다른 이대남 지오님은 과묵했지만 행동만은 몇단계 앞서 민첩하게 움직였다. 

나같은 초보가 보기에는 신기함 그 자체로 느껴질 만큼 그는 다음 순서를 다 예상하고 있었다.

나의 뇌가 "이제 움직여"라고 지시를 내릴 때 그는 이미 그 단계를 뛰어넘어 다른 걸 하고 있었기에 우리 조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 조라고 해봐야 문신남을 제외한 50대 언니와 나였다.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실기시험을 접수했고, 결국은 제빵 실기시험 날이 슬슬 다가오고 있었다.

시험 전에 선생님은 그동안 배운 과정을 속성으로 만드는 순서부터 성형하는 법까지 다시 복습을 시켜주셨고, 우리도 야들야들쫀쫀한 반죽을 조물락거리며 열심히 연습을 했다.


드디어 시험날 지하철을 1번 갈아타고 한국산업인력공단 서부지사로 향했다. 제빵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준비해 갈 도구들이 꽤 많아서 사전에 그걸 챙기는 데도 꽤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작은 사이즈의 김치통 크기 락앤락 통에 온도계, 오븐장갑, 종이컵, 용기, 주걱 등의 도구들을 넣고 어깨에는 가방을 멘 채로 터벅터벅 시험장소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본 은평지역은 한쪽은 개발되어 대형 쇼핑몰과 최신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고, 다른 편으로는 오래된 낡은 건물들이 버겁게 버티고 있는 모습으로 서로 양립해 있었다.

시험 장소는 최신 아파트가 있는 쪽이라 주변에 뭐가 있나 슥 둘러보면서 최신 트렌드를 엿보기도 했다.


시험시간이 다 되어 공단 건물의 시험장소로 들어갔고, 배치된 번호표를 가지고 내 자리를 찾았다.

스텐으로 된 주방 개수대와 조리대, 발효기기와 대형 오븐이 놓여져 있는 넓은 실내가 눈에 확 들어왔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 낯선 모습에 나는 그만 더욱 긴장을 하게 되었다.

"시험시간이 시작되면 나눠준 종이에 적힌 내용으로 뭘 만들지 알게 될 것입니다. 자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시험감독이 수험생들에게 외쳤다.

우리는 시험과목이 적힌 종이를 받아들었고 거기에 맞게 계량과 반죽에 이어 빵을 완성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비상스트레이트 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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