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주말이 다가왔다.
지난 주는 비교적 평화롭게 지냈기에 미리에게 이번 주말은 그리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유롭게 일어나 핸드폰을 쥐어들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끌어올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금형. 이 사람은 그 힘든 와중에 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연락이라도 한번 해봐야겠어.”
미리는 그와 통화를 하기 위해 전화번호 목록에서 금형의 이름을 검색해 번호를 찾아냈다.
“010-3456-7890”
화면에 떠오른 숫자가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었다. 그 숫자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은 곧 금형에게로 옮아갔다.
순간 전화를 하지 말까 망설였지만 금형이 걱정되는 마음에 번호를 꾹꾹 누른 후 호흡을 가다듬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금형님. 오랜만이에요. 어찌 잘 지내고 계세요?”
“아 미리님. 그러게요. 아 그간 마음이 좀 그래서 여행을 다녀왔는데 좀 괜찮아진거 같아요.”
“어디로 갔다왔어요? 혼자 간거죠?”
“강릉으로 다녀왔어요. 친구랑요.”
미리는 그가 분명히 혼자 다녀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대답을 듣고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났다.
“어. 누구랑 다녀왔어요? 별 일은 없는거에요? 금형님.”
“아. 예 덕분에요. 사실 제가 몇 년 전에 좀 사건이 있었는데 마음속에 누르고 살았어요.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구요. 강릉은 사람 마음을 탁 트이게 하는 것 같아요. 진짜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그리고 미리님이 허락한다면 같이 강릉 여행을 다녀와도 좋을 것 같아요.”
미리는 듣지 못한 대답에서 한번 뇌에서 제동이 걸렸고, 그가 여행을 제안을 한 대목에서 또 한번 제동이 걸려 집중력이 흐려졌다.
금형이 누구와 갔는지 궁금했지만 그가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한 말에 더 크게 놀라 질문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녀는 예상치 못한 금형의 대답에 갑자기 마음의 문이 스륵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금형님. 지금 어디에요? 우리 만나서 얘기할까요?”
애써 용기를 내어 말 할 필요도 없이 툭 튀어나온 말에 미리 스스로도 놀랐지만 그렇게 해야될 것만 같았다.
“좋아요. 미리님. 종로에서 봐요. 두 시간 후면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