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건 정말 맛있는데요?”
미리는 금형의 눈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고, 금형은 동공이 커진 그녀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투명한 술이 바닥을 보일 때 쯤 금형은 무심하게 말을 툭 던졌다.
“미리님. 제가 많이 답답하시죠? 원래도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는데..”
“금형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솔직히 좀 답답한 것도 사실이고 금형님 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어서 화가 나기도 했었죠. 어떨 때는 솔직히 그냥 놔버릴까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금형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저도 망설임이 있었어요.”
미리는 하림에게 얘기를 전해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고, 그에게 조심스럽지만 직접적으로 물었다.
하림을 만나기 전에는 미리도 금형을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얘기를 듣고난 후 이상하게도 금형이 더욱 신경쓰였고 알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5년 전이었어요. 저랑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상사가 있었는데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같이 하게됐어요. 저는 그 분을 좋아했고 업무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아서 같이 일하기 좋았죠. 사실 그 분은 많은 사람이 따르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자기만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었고.”
미리는 금형이 하는 이야기에 빨려들듯이 집중했다. 그의 얼굴은 마치 오래 전 시련을 겪은 사람의 허망하고도 슬픈 낯빛을 하고 있었고, 잔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오래 참아온 슬픔이 절제된 채로 머물러 있었다.
“임부장이란 그 사람 정말 못된 사람이네요. 일하다가 실수는 할 수 있죠. 저도 직장생활 10년차 지만. 금형님이 아니라고 보고했는데도 본인이 결정내린 사안이라면 책임 질 줄 알아야 되는데 결국 그걸 금형님한테 떠넘기다니 세상에.”
미리는 화가 난 나머지 술잔을 테이블에 쾅 내려놨고 남아있던 술이 잔 바깥으로 튀어올랐다.
“나쁜 새끼죠 정말. 사건은 일어났다 치죠. 제가 3개월간 감봉을 겪었는데도 미안하다는 표정, 말 한마디 전혀 없더라구요.”
순간 미리는 귀를 의심했다.
금형이 그런 말을 내뱉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리는 눈을 돌려 그의 입이 움직이고 있는지 쳐다봤다.
“하하. 금형님. 이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이상하게 미리님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해야될까. 근데요 미리님. 이렇게 뱉어내니 진짜 시원한데요? 그 사건이 있은 후 처음이에요.”
미리는 금형의 상처를 알 것 같았다.
해맑은 얼굴에 알 수 없는 그의 그늘진 낯빛도 그제야 정체가 풀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