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는 볼 안 가득 가라아게를 넣어 우걱대면서도 초롱한 눈으로 금형을 바라봤다.
“미리님. 저 부서 이동으로 본사 가게 됐어요. 입사하고 나서부터는 정말 가고싶은 곳이었는데 그동안은 기회가 없더니 오늘 갑자기 아침에 연락와서 게시된 거 있죠.”
“와. 잘됐네요. 근데 마케팅 쪽에 관심 있는지 몰랐네요. 그 마케팅하면 왠지 떠오르는 이미지가 막 도시적이고 세련되고. 하하.”
“미리님. 그럼 난 그 반대라는 거네요? 이런. 앞으로 신경 좀 써야겠는데요. 흐흐.”
“금형님. 잘됐어요. 회사 내에서 다양한 업무경력도 쌓을 수 있는데다 마케팅 경험을 해두면 앞으로도 쓸모가 있겠죠. 그간 맘고생 많았는데 이제 한숨 돌리면서 활기차게 일할 수 있겠어요.”
미리는 속으로 조금은 시시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금형의 환한 얼굴에 마음이 활짝 열려 해맑은 웃음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사히 나마 비루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청량했다.
미리와 금형 앞에 놓인 잔에 하얀 거품이 뽀얗게 올려진 맥주가 계속 채워졌고, 어느 순간부터 술잔을 세던 미리의 머리 속에는 계산해 두었던 술값의 숫자들이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는 꼬부라진 혀를 펴면서 사장님을 향해 외쳤다.
“사쵸. 하이보르 후타츠 구다사이.”
둘의 테이블에는 500cc의 하이볼 두잔이 놓였고, 맞은편에 앉았던 금형은 잔을 들고 미리 옆에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미리님. 저 어떻게 생각해요?우리 좀더 진지하게 만나보면 어때요?”
미리는 놀란 듯 그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
“그 마음 진짜면 내일 맨 정신에 다시 진지하게 말해줘요. 그때 대답할게요. 하하”
금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임부장의 괴롭힘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처럼 그늘 없이 자유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