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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Sep 23. 2024

그건 그거고 밥은 먹어야지

미리는 침대에서 부스스 눈을 떴다.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새벽녘의 하늘은 뭔가 더 안으로 움츠리게 만드는 어두움이 있었다.

‘휴. 오늘도 이렇게 또 변함없이 회사를 가야하는구나. 고부장이 있건 없건 출근하기 싫은건 마찬가지네.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는거지?’

방 안 침대 곁가로 느껴지는 서늘함이 미리의 몸을 일으켜 세우지를 못하고 이불 속에서 계속 뒤척거리게 만들었다.    


“안녕하십니까.”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출근 인사를 한 미리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

늘 아랫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인사를 받는 채 마는 채 했던 고 부장은 역시 자리에 없었다.

“과장님. 저희 오늘 점심 메뉴 뭐 먹을까요? 요즘 기분도 좀 그런데 좋은 거라도 챙겨 먹어요.”

옆 자리의 홍대리가 건네는 말이 오늘따라 따뜻하게 느껴졌다.

미리는 늘 고 부장과 동행하던 식당 메뉴인 김치찌개에서 벗어나 새로운 메뉴로 시도해보자고 생각했다.

이탈리안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좀 가라앉았던 마음의 음정이 두 음은 올라간 것처럼 가벼워졌다.

덕분에 사무실 분위기가 환기되어 어제의 사건이 희석되는 듯 했다.   

  

“미리님. 컨디션 좀 어때요? 식사 맛있게 잘 하셨길요. 미리님 어제 표정이 좀 슬퍼보여서 눈치보다가 이제 메시지 보내요.”

진동음이 울림과 동시에 미리는 폰 모니터 위로 올라온 알림창 메시지를 스캔하듯 바로 읽었고는 책상 위로 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고부장이 진행하라고 지시한 일들이 아직 남아있으니 당분간 그렇게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문서 창을 열었다.

“과장님. 과장님. 고부장님 자리에 누가 온대요? 뭐 소문 들으신거 있죠?”

“아. 아니 나도 전혀 못 들었는데. 그러게 대체 누가 올까 궁금하네요.”

당분간은 누가 새롭게 오는 것보다 그냥 이 상태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한 평화라도 잠깐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 폰을 들어 툭툭툭 글자를 쳐내려갔다.

“아. 네 금형님. 저 괜찮아요. 어제 제가 좀 그랬죠? 금형님이 편했나봐요. 아참 금형님 언제 본사 간다 그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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