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치 못한 얼굴로 일주일을 보낸 미리에게 돌아올 다음 주는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 사람이던 아니던 차라리 빨리 발령이나 날 것이지. 아. 가만. 그러고보니 금형님이 말한 결혼식도 다음주잖아.’
서로 다른 종류였지만 두 가지 모두 미리에겐 부담으로 다가왔다.
토요일 오전 얼음장 같은 침묵이 흐르던 미리의 방이 요란하게 울렸다.
“위잉 위잉 윙윙”
소리가 아닌데도 경적음처럼 날카롭게 긁는듯한 진동에 미리는 신경이 곤두섰다.
마치 곤한 잠을 자고 있는 그녀의 방문을 누군가 열어젖히고 몸을 마구 흔들어 깨우듯 갑작스러웠다.
미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폰을 들어올렸다.
“미리님. 본사 부서 이동 때문에 인수인계할 게 많네요. 이번 주 주말에 꼭 만나고 싶었는데..”
미리는 샐쭉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 나도 특별히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구요.’
미리는 대자로 누워 폰을 침대 어디론가 집어던졌다.
‘그래. 머리도 복잡했는데 잘됐지 뭐. 그냥 편하게 쉬자. 어차피 꾸미고 나가기도 귀찮았잖아.’
월요일 아침 사무실 문을 여는 데는 평소보다 힘이 곱절로 필요했다.
미리가 유리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며 인사할 채비를 하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황과장님. 저기 오시네요.”
미리는 어리둥절했지만 곧바로 홍대리의 대답을 불러일으킨 근원지를 찾아 눈을 좆아갔다.
“아. 황미리 과장님. 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만나는군요.”
미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최대한 감추려고 나오는대로 말을 내뱉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어얼굴이 더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그녀는 불편한 사람에게 저도 모르게 칭찬하는 말버릇이 있었다.
“그래요. 다음주 월요일에 봅시다.”
미리는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의자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켰다.
“황과장님. 와. 소문대로 됐네요. 근데 어차피 다음주 발령이면 그 때 오지 뭐이리 빨리 왔을까요? 오늘 지각했으면 일하기 전부터 찍힐뻔 했지 뭐에요. 휴.”
홍대리가 옆에서 쉴 새없이 떠드는 소리가 아지랑이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미리는 컴퓨터 전원이 켜지자 바로 인사발령 게시판을 열었다.
‘영업기획팀 팀장으로 강하원 부장을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