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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Dec 05. 2024

금요일의 고뇌

걱정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내려놓게 되는 때가 오는데 미리가 그랬다.

새로운 부장을 맞닥뜨려 일할 때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그때까지 계속 불안함에 떨다가는 그녀의 몸이 가시처럼 뾰족해져 모든 사람을 긁어댈 것 같았다.

‘아휴. 몰라. 갈구면 당해야지 뭐.’

미리는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을 할 거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고부장의 얼굴을 떠올리는 자신을 보고서 너털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허참’


그녀는 머리를 흔들어 깨우며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금형님. 그럼 이번 주 결혼식 어디서 만나서 같이 갈까요?” 

채팅방에 키보드를 두드리던 미리는 갑자기 멈칫했다. 그리고는 다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글자들을 지워 없앴다.

‘왜 내가 이걸 물어야하지? 내 친구 결혼식도 아닌데.’  

   

미리는 퇴근 후 맞는 공기로 추운 계절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했다.

광화문 빌딩 숲 사이를 휘몰아치는 바람은 유독 더 한기가 느껴져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래. 뭐 부딪쳐 보는거지. 인생 별거 있나. 어차피 몇일만 지나면 다음주잖아.’

차가운 공기와 두려움이 교차되는 그 지점에서 미리는 뭔가를 떨치려는 듯 주절거렸다.   

  

“황과장님. 오셨어요? 여기 와서 이것 좀 봐보세요.”

홍대리가 출근 길 평화를 제일 먼저 깨며 미리에게 인사 대신 호들갑을 떨었다.

그의 모니터를 보는 순간 미리는 머리가 아득해졌다.

“과장님. 지금까지 진행했던 일들하고 앞으로 해야될 것들 자료랑 보고서 월요일까지 만들라는데요? 새로운 부장은 오기 전부터 너무 빡센거 아니에요? 오늘이 금요일인데 아 진짜.”

미리는 할 말을 잃은 채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아. 이걸 오늘 안에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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