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와 홍대리를 포함한 영업기획팀 사람들은 금요일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일주일을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팀에서 느껴지는 금요일의 헐거움과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여유는 그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과장님. 얼마나 남으셨어요?”
정신없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둑거리던 미리에게 홍대리가 물었다.
“휴. 아. 글쎄 이제 겨우 시작인데.. 한 사분의 일 정도?”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미리는 바로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모니터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것은 홍대리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표시로 느껴질 법한 행동이었다.
‘후. 그간 놀지도 않았는데 자료 작성 한번 하려니까 왜이리 할 게 많지? 새로 오는 강부장은 다음주에 출근해서 차근차근 보고 받아도 되련만. 아 왜. 가만 설마 나 때문에 이러는건 아니겠지?’
미리는 열심히 두드리던 키보드를 잠시 멈추고 고개를 갸웃했다.
“과장님. 저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요. 아 내일 나오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 약속 이거 3주 전에 잡힌거라 취소할 수도 없고. 아. 할 수 없이 내일 나와서 좀더 마무리 해야될 것 같아요. 아우씨. 과장님은 내일 안나오셔도 되죠? 다 하셨겠죠?”
“아. 나는 오늘 최대한 해보려고 노력중인데.. 약속 있으니 어서 나가요. 홍대리.”
미리는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쪽빛 한 방울이 떨어진 듯 짙고 검푸른 하늘이 이제 그만 퇴근하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내일 금형의 친구 결혼식이 있기에 도저히 퇴근을 할 수가 없었다.
‘배고프니 앞에 가서 김밥이라도 먹고 하자.’
미리는 아예 마음을 내려놓고 바로 옆 건물 지하 분식점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사장님. 여기 기본 김밥 두 줄하고 빨간 라면 하나 주세요.”
미리는 평소보다 더 허기가 져서 고민없이 주문을 하고 허겁지겁 먹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