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대 중년 여자의 20대 친구
그 뒤로 나는 그 친구에게 꽤나 거리감을 느끼며, 그다지 친한 척을 하지는 않았다.
그 전엔 엘베에서 만나면 고개를 끄덕하는 정도였지만, 그 사건 이후로는 오히려 엘베에서 만나지 않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초반 수업 열흘 가량을 빠지고 나니, 수업시간에 알아듣는 건 전체 중 극히 작은 일부의 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난 그 작은 조각들이 언젠가는 하나로 연결되어 맥락을 이해하게 될 거라 기대했지만, 수업시간에 주워들은 지식의 조각들은 각각 흩어져 어디에 들러붙어 있는지 좀처럼 하나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이 끝난 이후에 유튜브로 편집디자인 강의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듣게 되었다.
몸은 매일 학원으로 향했지만 이러한 이유로 나는 뭔가 체한 것처럼 속이 불편했고, 해소되지 않는 궁금즘과 답답함으로 매일 싸워야 했다.
그러한 와중에 혜인이라는 친구는 월반을 할 정도로 수업 수준을 뛰어넘은 상태였고, 혼자 그래픽디자인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하도록 선생님이 배려를 해줬다.
이 친구는 우리가 배우는 디자인 프로그램을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었기에, 시험에만 매진하게끔 선생님이 따로 지도를 해주셨던 것이다.
반대로 나는 수업시간에 제대로 따라가지를 못하니 집중도 잘 안되고 중간 중간 딴 생각도 많이 났다.
더욱이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1시 20분까지 수업을 하기 때문에, 밥을 무엇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점심 시간이 가까워 올 수록 집중력도 같이 바닥이 나버렸다.
그래서 수업시간 끝날 때쯤엔 더더욱이 뭘 배웠는지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첫번 째 디자인 수업이 마무리 될 때쯤 학원에서 다같이 포토샵 자격증 시험 접수를 권장했고, 준비가 안된 나는 당연히 불합격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 불합격이라는 글자가 왜그리 선명하고도 불쾌하던지.
그렇게 첫번째 디자인 수업은 내내 찜찜한 상태로 이어지다가 최종 불합격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이후 나는 첫번째 디자인 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앞으로 이쪽 일을 하고 싶은데 뭘 배워야 되고 어떻게 해야되는지.
선생님께서는 내내 수업시간에 지켜봤으니 나에 대한 파악을 어느정도 하고 계셨기에, 다른 것보다 디자인 심화 과정을 한번 더 들으면 많이 좋아질꺼라고 추천하셨다.
"밥반찬님은 컴퓨터도 다룰 줄 알고 감각도 좀 있는데 기초가 부족하니, 이후 과정 들으면 훨씬 좋아질 거에요."
그래서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그다음 두번째 디자인 심화 과정을 등록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편집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그간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따라서 나에 대해 새로운 면을 알게 되었다.
그것들이 결코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열등감, 비교하기, 자책 등 여태 살면서 내가 자주 느끼지 않았던 감정의 형태가 이 수업을 들을 때 한꺼번에 돌아가면서 몰려왔기에 상당한 타격이 있었다.
"난 왜이렇게 못하지? 원래 안이랬는데."
"이거 해도 안되는건가? 정말 해도 해도 맨날 이렇게 바닥일까?"
"저 친구는 잘하는데 나는 왜..."
눈물이 났다. 그래서 쪽팔려서 누군가에게 나의 상태를 쉬이 말할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내 스스로, 그리고 남들이 나에 대해 아는 것과는 너무 다른 나라서 외부에 노출을 시키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학원을 향해 길을 걸을 때마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나는 그 길에서 무척 방황했다.
여름에는 짙은 초록잎을 올려다 보고 가을에는 떨어진 낙엽을 보면서도 눈에는 촛점이 흐릿했다.
2번째 디자인 수업은 다르겠지! 이번엔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자!
그래도 첫번째 수업을 들었으니 좀 더 나을거야.
스스로에게 되뇌이기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 바닥으로 꺼져버릴거 같았다.
새로 시작하는 수업에는 차분하고 이지적이고 꼼꼼한 인상의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기초가 부족했던 나는 수업 내용을 듣고 개안이라도 한듯 눈이 크게 열렸다.
확실히 이전보다 넓은 면적의 몸으로 강의 내용을 흡수하고 있었다.
"와아.. 선생님 좋다. 그 전보다 훨씬 잘 알아들을 수 있어."
그렇게 기분 좋게 두번째 디자인 수업을 시작했다.
- 3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