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친구 사귀기 4화

40대 중년여자의 20대 친구

by 밥반찬 다이어리

힘든 결정을 하고 난 뒤 나는 두 줄 앞에 있는 혜인님 옆자리로 조심스레 앉으며, 허락을 구하는 눈인사를 건넸다.

"저 여기 앉아도 될까요?"

혜인님은 다행히도 눈으로 웃어보이며 작지만 분명히 "네"라는 소리로 대답했다.

휴우 관문 첫번째 통과!


혜인님은 이 반의 기초수업을 들을 필요 없는, 이미 몇 단계를 뛰어넘은 수준이었지만 초반에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엔 같이 참여를 했다.

같이 듣고 같이 실습하고.

이전 반에서 그녀는 1등으로, 나는 거의 꼴찌라는 크나큰 격차를 가진 이유로 같은 강의실에서도 각자 따로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이젠 같은 내용으로 동시에 수업을 듣다니 맘이 왠지 편안해졌다.

선생님은 수업 초기에 강의 난이도를 맞추기 위해 학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디자인 수업을 들은 경험이 있는지 쫙 물어보셨다.

첫번째 디자인 수업에서는 총 4명 중 나만 디자인 관련 경험이 전무했다.

그런 것도 격차가 벌어진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두번째 샘 수업에서는 혜인님과 나, 그리고 둘셋 정도 더 디자인 수업을 들었거나 관련 경험이 있었다.

헤매다 끝난 첫번 째 수업이 갑자기 경력이 되어, 나는 어느 새 꽤 수준이 있는 학생으로 분류되었다.

혜인님과 이전 수업을 같이 들었지만 혹여라도 선생님이 큰 착각을 하실까봐 우리 둘 수준은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 말을 선생님께 전했다.

잘하는 학생으로 분류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의 현재 상황과 수준을 반드시 알려야 내게 맞는 수업내용으로 배울 수 있었다.


초반 일주일 정도는 혜인님과 같이 강의실 중앙에 있는 수업용 모니터와 칠판을 보며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왠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짝이라는 신분으로 옆에 앉긴 했지만 여전히 혜인님은 말이 없었다.


"혜인님, 제가 모르는 건 중간중간 물어봐도 되죠?"

나는 또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이 질문은 진심이기도 했지만, 한두마디 라도 걸어서 그녀와 벽을 허물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번에도 다행히 혜인님은 그러라고 했다.

그 말까지 듣고난 뒤엔 정말로 맘이 편했다.

기본적으로 수업시간에는 선생님한테, 부족한 건 혜인님을 통해서 보충할 있다니 얼마나 완벽한가!


학원을 다닌지 거의 세달만에 집에 가서도 디자인 관련 영상을 보지 않고 처음으로 편안한 밤을 맞았다.